제138화 : 몰자비(沒字碑)
『지난 5월 20일 금요일 저녁 7시 경기도 파주시 금릉역 앞 광장에서
「친일파 백선엽 동상 건립 반대 파주시민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민주노동당 파주시위원회 등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은 지난해 11월 19일 '친일인사 백선엽 동상건립 반대 파주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를 꾸리고 이 사업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폐기할 것을 촉구해 왔다. 동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독립군 토벌에 악명 높던 간도특설대 중위 출신 백선엽이다. 하략』(신문에서 발췌)
이런 백선엽을 공영방송인 KBS에서 전쟁영웅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시끄럽다. 곧, KBS 춘천지국에서 지난달 24~25일 6·25 특집으로 ‘전쟁과 군인’을 제작 방송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백선엽 장군과 각국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과연 백선엽 씨는 어떤 사람인가?
1920년생인 그는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 만주군 소위로 임관한 뒤 간도특설대에서 항일무장세력 토벌작전에 참가했던 인물이다. 간도특설대는 중국과 조선의 항일부대를 토벌하려고 만든 부대로 대부분이 조선인으로 이뤄져 있었다. 백선엽 씨가 몸담고 있었던 간도특설대에 대해 「친일인명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간도특설대는 일제의 패망으로 해산할 때까지 동북항일연군과 팔로군에 대해 모두 108차례 토공(討攻)작전을 벌였다. 이들에게 살해된 항일무장세력과 민간인은 172명에 달했으며, 그 밖에 많은 사람이 체포되거나 강간, 약탈, 고문을 당하였다.”
또한 알려진 대로 백선엽은 박정희와 매우 인연이 깊다.
박정희가 백선엽을 처음 만난 때는 남로당 사건으로 박정희가 체포되었 때다. 당시 육군본부 정보국장이던 대령 백선엽은 박정희를 구하여 주고 나중 제1군사령관으로 부임할 시 박정희를 예하 5사단장으로 임명한다.
이런 것이 인연이 되어 5.16 후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백선엽을 교통부장관에 임명하는 등 보은을 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 방송을 기획하고 편집한 사람들의 의식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이 방송을 본 한 네티즌은
“철저히 백씨의 기억과 발언을 위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백씨에 의한, 백씨를 위한, 백씨의 방송이었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KBS는 이딴 짓이나 하면서 방송수신료나 올려달라고 하고 참 못살 세상이다.”라고 절망했다.
다행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논란을 빚었던 이 프로그램에 대하여 다수의 민원이 제기돼 7월 21일 전체회의에서 제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결과가 주목된다.
나는 오늘의 단어인 몰자비(沒字碑)를 보면서 왜 백선엽 씨를 떠올렸을까?
지금 91세라는 그는 머지않아 죽을 것인데 그가 죽으면 또 어떤 무리들이 그의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울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그 비석에 쓰일 묘비명이 궁금했었나 보다.
정말이지 제발 그 묘비에 ‘6.25전쟁영웅 백선엽 잠들다’라고는 쓰지 말라.
정히 쓰고 싶으면 ‘백선엽 잠들다’ 외에는 아무 글자도 써넣지 말라고.
몰자비(沒字碑) - ‘글자가 씌어 있지 않은 비(碑)’라는 뜻으로, 겉모습은 그 럴 듯한데 글을 모르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친일이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자.
그러나 그러나,
해방 후에는 두문불출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해방 후의 상황이 자기를 필요로 했다고 항변하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는 우리를 대신해서
「친일인명사전」은 말하고 있다.
"당신은 영원한 민족의 반역자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