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 긍경
요즘 내가 가능한 한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TV프로그램은 강호동이 이끄는 ‘일박이일’과 김병만이 출연하는 ‘달인’, 그리고 나도 한 번 출연한 바 있는 ‘우리말 겨루기’이다.
나의 기준으로 어느 프로그램이 가장 좋다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일박이일’은 연출을 맡은 PD와 작가들이 설정해 놓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을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가 각기 다른 출연자들이 하나하나 헤쳐 나가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버라이어티 쇼(Variety Show : 어느 하나의 형식에 연연하지 않는, 다채로운 포맷과 내용을 담은 예능, 오락 쇼)인 반면,
‘우리말 겨루기’는 다섯 사람의 출연자가 정하여진 틀에 의하여 우리말 실력을 경쟁하여 그중 우승자가 ‘우리말 달인’이라는 타이틀에 도전하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출연자의 끝없는 노력이 요구되는 오락프로그램이다.
그럼 김병만이 출연하는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은 어떠한가?
아니 ‘달인 김병만은 어떤 사람인가’로 말을 바꾸어야 되겠다.
나는 여기에서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김병만’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김병만!
솔직히 나는 그를 잘 몰랐다. 아니 지금도 잘 모른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우연히 보게 된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이다.
그 후부터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은 오직 김병만을 보기 위하여 선택된 채널에 불과하였다.
정말로 인간적인 그의 노력이, 그의 열정이 너무너무 좋았다.
158cm에 지나지 않은 자그마한 키지만 태권도 등 여러 가지 운동으로 온 몸이 근육질로 단련된 김병만에 대하여 어설픈 나의 필력으로 소개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린 어떤 기자의 글을 인용(일부 편집)한다.
『지난 12일, 19일 2주 동안 방송된 김병만의 찰리 채플린 피겨 연기는 '달인'이라는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눈물겨운 김병만의 노고가 그대로 녹아나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최고 기록을 내는 순간에도 울지 않았던 피겨퀸 김연아도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김병만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본 피겨 연기 중 최고였다”는 김연아의 평가는 분명 진심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인상적인 연기와 코미디를 보여주는 그지만 이날 김병만의 무대가 더욱 특별했던 찰리 채플린에 대한 김병만의 진실된 마음 때문이다.
김병만이 단 한 번의 무대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또 얼마나 노력하는 방송인인지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 연기는 수년째 지속되는 '달인'의 인기가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모두가 각자의 스케줄이 있어 연습을 미룬 순간에도 김병만은 스케이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생색같은 건 낼 줄 모른다. 약속된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상의 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가 원하는 일이다.
김병만은 찰리 채플린 무대를 위해 하루에 두 번 이상 빙상을 찾았다고 한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노력은 무대에서 빛이 났다. 평발이 감당해야할 무게의 고통은 모른 척 빙상에서 익살스런 연기를 펼치는 김병만의 스케이팅은 왠지 눈물겨웠다.
그래서 철저히 몸으로만 관객을 웃기는 슬랩스틱 코메디에는 감동이 있다. 몸으로 사는 김병만의 노력이 눈물겨운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무대를 마친 후 털썩 빙상 위에 주저앉은 김병만을 보고 울었던 류담의 눈물은 그런 노력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기 때문일 것이다.
희극인 김병만은 우리를 웃기는 동시에 울린다. 이 시대 희극인 중 울리는 것과 웃기는 것이 동시에 가능한 사람은 오직 김병만 뿐이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자리 잡기 힘든 척박한 한국에서 고집스럽게 한 길을 가고 있는 달인의 진심은 결국 모든 이를 사로잡았다.』
아래의 ‘긍경’이라는 단어를 소개하고자 자판기를 두드리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달인 김병만’을 소재로 삼은 것이 옳은지도 모르면서 맺는다.
긍경(肯綮) - 모든 사물의 급소 또는 가장 중요한 곳을 일컫는 말. (肯은 뼈 에 붙은 살, 綮은 힘줄과 살이 얽힌 부분을 뜻하며, 料理의 명인 庖丁이 소를 잡아 살을 도려낼 때, “그 기술은 肯綮을 건드리지 않고 교묘히 도려 냈다”고 한데서 비롯되었다). 곧, 사물의 급소를 잘 찌르고, 요점을 잘 찾 아내는 일을 “긍경에 닿다”라고 표현한다.
관련 고사성어:포정해우 [庖丁解牛]
태풍 메아리가 메아리만 남기고 물러간 것 같다.
아침에 신촌의 장모님과 우두의 형님에게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농작물의 피해가 조금은 있다는 답이었다.
그만한 게 천만다행이다.
나도 피해(?)가 있었다.
오전 10시 반부터 수도가 끊기고
TV시청이 불가하고 인터넷 연결이 안되었다.
그 핑계로 모처럼 집사람과 시내에 나가
영화(풍산개)도 보고 메밀국수도 먹고.
저녁까지 사달라는 걸
1박2일 봐야한다고 억지로 달래서 들어왔는데
후환이 없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