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 갈등(葛藤)
우리 장모님은 삼남 삼녀를 두었으므로 나는 처남이 셋이고 동서가 둘이다.
우리는 장모님 생일이나 명절에는 전부가 모이고 또한 누구의 생일에 초청을 하면 거의가 모이는데 이렇게 모일 때마다 꼭 한번은 하고 넘어가는 것이 있으니 그 이름이 고스톱화투놀이!
일점에 백 원으로 갖가지 룰을 만들어 매 판 일정액(일명 '데라')을 띠어 저축을 하니 여자들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고스톱을 할 때에 꼭 시행하는 룰이 있으니
"담배 한 대 피울 때마다 천 원!"
여섯 중 운동선수출신이자 중학교교사인 동서만 담배를 피우지 않을 뿐 나머지는 다 담배를 피우니 추운 겨울 날 방이나 거실 등 좁은 공간에서 할 때는 여자들이 담배 때문에 곤혹을 치르다가 생각해낸 규칙이다.
이렇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최근의 뉴스에 의하면 서울의 광화문 광장과 청계천 및 서울광장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오는 6월부터는 위반자에 대하여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그러면 다른 광역시 등 지자체들도 금방금방 뒤따라 금연구역을 지정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
이 뉴스를 접한 끽연자들은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오늘 밤에는 더욱 많은 담배를 피우지 않을까?
나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금연을 하겠다는 마음은 먹어보았지만 실행에 옮겨보지는 못하고 있는 터인데 담배의 장단점을 저울질하면서 또 몇 날을 고민하며 갈등(葛藤)해야 할 것 같다.
이렇듯 우리네 인간들은 삶을 영위하면서 수많은 의사선택을 하여야 한다.
오늘 점심은 무얼 먹을까? 하는 간단한 의사선택에서부터 담배를 끊어야하는가? 하는 조금은 어려운 문제까지.
세익스피어는 그의 저서 ‘햄릿’에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어머니의 부정과 살해당한 아버지의 원수에 대한 햄릿의 복잡한 심경을 나타낸 고뇌의 이 한마디는 지금도 의사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명문장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갈등은 칡(葛)과 등(藤)나무를 말하는데 둘 다 덩굴식물로 뻗어나갈 그 무엇을 감고 자라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칡은 오른쪽으로, 등은 왼쪽으로 꼬며 자란다고 하니 이 둘이 함께 자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하여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거의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을 못하는 상태를 갈등이라고 하게 되었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고부간의 갈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쿠르트 레빈이라는 독일의 심리학자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에 갈등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두 개의 플러스의 유의성(誘意性:끌어당기는 힘)이 거의 같은 세기로 동시에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 즉 다 같이 매력 있는 목표가 있는데, 어느 쪽을 택하면 좋을지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여성이 결혼과 직장 사이에서 진퇴양난이 되어 있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두 개의 마이너스의 유의성이 거의 같은 세기로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 즉 앞은 낭떠러지요 뒤에는 호랑이가 있어 어느 쪽으로 나아가도 화를 면할 수 없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플러스의 유의성이 동시에 마이너스의 유의성을 수반하는 경우이다. 즉, 시험에는 합격하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다는 등의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갈등 중에 가장 많은 것이 ‘고부간의 갈등’과 ‘지역 간의 갈등’이다.
그래도 ‘고부간의 갈등’은 아들, 딸이 각각 하나씩인 가정이 많아진 관계로 많이 없어졌지만 ‘지역 간의 갈등’은 아직까지 계속 진행형이다.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뉘고
남이 영남과 호남으로 나뉘고
충청도는 멍청도로 불리우는 우리나라는 언제나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갈등이 없는 나라가 될 것인가?
정령 남과 북을 고착화시키면서 이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지난해 한나라당의 예산안날치기의 앙금 여파가 올 신년까지 이어지면서 제92주년 3·1절에도 서로 대립하는 갈등상이 재연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글을 맺는다.
갈등(葛藤) - ①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 태. ②소설이나 희곡에서, 등장인물 사이에 일어나는 대립과 충돌 또는 등 장인물과 환경 사이의 모순과 대립을 이르는 말.
바쁘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생색이 나야 할 것인데.
또 손님이 오셨다.
얼른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