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 등극(登極)
또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내정에 대하여 회전문 인사라고 말들이 많다.
검찰총장 내정자는 자식들의 중학교 진학을 위하여 두 번이나 위장전입을 하였다고 자인했는데 이 인사와 관련된 청와대 모 씨는 ‘자식들을 위하여 한 위장전입이야 다들 그리 했었던 일 아니냐! 다만 청문법 시행 이전의 일이냐 이후의 일이냐가 문제’라는 엉터리 의견을 내 놓는다. 그 말대로라면 주민등록법은 어겨도 괜찮은 법인가 보다. 야당에서는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인사라며 둘 다 낙마시키겠다고 벌써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검찰총장 내정자의 청문회와 관련하여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좋지 않은 일화가 있으니 그것은 2009년 7월이 있었던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때의 일이다. 관례대로 여당 의원들은 내정자를 옹호하고 야당의원들은 흠집 내기에 바빴다.
내정자는 본인의 입으로도 “법과 질서가 바로 서는 안전한 사회, 평온한 사회 그리고 부정과 비리가 발 붙을 곳 없는 깨끗한 사회”를 주창하였지만 내가 보기에도 법을 집행하는 검찰청의 최고 책임자로서는 걸맞지 않게 그 사람에게는 흠집이 많은 것 같았다.
아들의 학교를 위해서 위장전입을 했다는 일이야 부모된 입장에서 이해를 한다고 하여도 아파트 취득자금의 출처는 정말 이해불가였다. 이에 대하여 내정자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지인에게서 15억 원을 빌리고 동생에게서 5억 원을 빌렸다고 했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거금 15억 원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우리 대한민국에는 과연 몇이나 될까?
나중에 어느 의원이 그 친하지도 않다는 사람과 같은 비행기로 똑 같은 골프용 가방을 들고 입국한 사진을 제시하자 내정자는 뒷말을 못이었다.
또한 5억 원을 빌려줬다는 동생은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이 하나도 없었고. 아파트 취득자금 논란에 이어 부인의 고급 승용차 리스 논란, 연 3500만 원 어치 구입자에게만 지급된다는 백화점 VIP 카드 논란 등등 모두가 서민들의 부아를 돋을 이야기여서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을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권’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나는 여기에서 어떤 사람을 비하 내지는 비판하고자 이 글을 쓴 게 아니다.
단지 그 청문회 도중에 결코 사용해서는 아니 될 단어를 사용하면서 아부성 발언을 한 어떤 여당 의원의 볼썽사나운 꼴을 지적하고 그 단어의 쓰임을 제대로 알리고자 함이다.
위의 내용처럼 내정자의 비리(?)가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내정자가 낙마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원은 자기의 발언(질문)시간에 “존경하는 천성관내정자님, 검찰총장 등극을 축하합니다.”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직 임명도 받지 않았는데 등극이라니?”
설사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여 대통령에게서 검찰총장으로 임명을 받았더라도 이 ‘등극’이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다. 왜?
‘등극’은 「임금의 자리에 오름」을 뜻하니까!
물론 아래 ‘등극’의 풀이 ②를 인용해서 검찰청 최고 지위에 오름을 뜻한다고 강변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풀이 ②는 예문과 같이 어떤 기능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를 때 쓰이는 말이니 잘못 쓰였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 의원은 경북 문경․예천 국회의원 이한성씨로 전직 검사 출신이었다. 곧, 같은 동료 직원의 검찰총장 내정에 한껏 고무되어 최고의 예의를 표한다는 것이 오히려 도가 넘어 볼썽사나운 골을 연출하고 만 것이다.
천성관 내정자는 결국 낙마하였고 나는 이 단어의 오용에 대하여 이한성 의원의 홈페이지에 비판성 글을 올렸는데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던 씁쓸한 기억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등극(登極) - ①임금의 자리에 오름.(=卽位) ②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 리나 지위에 오름.(예문 : 국제 대회 정상 등극)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으로 독립기관이다.
그 총수인 총창은 차관급인데
권력은 법무부장관보다 한 수 위인가 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지만
모 장관의 취임사에 "검찰총장을 잘 보좌하며"
라는 말이 있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