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야 내 동생아!
동지 섣달 긴 밤에도 윗목 소쿠리에 고구마 삶아두고
배추 김치 둘둘 말아먹으며 우린 그렇게 자랐지
검은 광목 이불 밑에는 엄마 아부지 식구 모두 부챗살처럼 다리를 폈고
엄동설한 삭풍에 문풍지가 덜덜 떨어 방은 냉골이 되었지만
철없던 우리는 엄마 아부지 틈속에서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잠이 들곤 했었지
막내야 어렵던 시절에 내 동생으로 태어나줘 고맙다
하지만 어찌 그리 빨리 떠날 수 있단 말이냐
금방이라도 형님 별일 없어요? 하고 안부 전화 올 것 같아
전화번호를 쉬 지우지 못하고 있구나
너의 귀신잡는 해병대 정신이면 충분히 일어날거라 믿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니?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것 같아 비통하고 애통하구나
아직 성치않은 계수님이랑 귀여운 손주들 태희 시완이가 눈에 밟혀
어찌 눈을 감았니
태희가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인데 왜 병원에 두고 가느냐며
울먹였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단다
며칠 밤 혼자 숨이 차올라 중환자실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불쌍한 내 동생아!
뼈만 앙상하게 남아 종이짝처럼 가벼워진 너의 마지막 모습에
지금도 가슴이 찢어질듯 쓰리고 아프다
유년시절 너랑 절친이었던 광태 아우가 그러더구나
가난에 찌든 산천만이 고향은 아니란다
손때묻은 그 옛날 흑백의 시골집에서 온 식구가 살 부벼대며
오손도손 자라온 그곳이 참 고향이라던데
너를 떠나보내고 나니 소중한 고향 모두가 소멸된 것 같아
한없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큰 별 하나를 잃어버린 회한과 후회 텅 빈 마음뿐이다
뒷산에 너를 묻고 큰 누나랑 몇번이나 뒤돌아 보고 한참을 울었단다
아버님 생전에 늘 저 어린 것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느냐는 유언의 말씀이
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런 아버님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고 널 살리지 못했으니
이 형의 죄가 너무 크고 무겁구나
현대의학은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살려주지 못하느냐고 의사쌤께 하소연도 해봤다
이젠 모든 짐 내려두고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려므나
고통없는 천국에서 훨훨 날아다녀라
우리 또 만날 수 있다면 내 동생과 형으로 다시 태어나자
막내야 영하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구나
금산에 눈이 오고 땅이 얼었다는데 많이 춥지는 않았니?
밤새도록 널 추억하면서 형이 쓴다.
이곳에서 가끔 주고받은 고향 소식이었지만 처련님이 누구신지
옛날에는 듣지 못 했던 이름이게에 1반에 누구일까 생각만 했습니다
나역시도 군대가서 죽은 동생 생각에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어떻겠습니까 빨리잊을 수 밖에.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