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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일정(日亭) : 옛날 마을에 우물이 하나 뿐이어서 一井(일정)이라 부르다가 나중에 마을에 우물이 많이 생겼으며 마을 앞에 수백년된 정자나무가 있어 정자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같이 밝고 둥글게 살자는 뜻으로 日井(일정)으로 바꾸었다가 정자정(亭)자를 붙여 일정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22.12.18 12:01

동생을 떠나보내며

조회 수 1897 추천 수 0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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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내 동생아!

동지 섣달 긴 밤에도 윗목 소쿠리에 고구마 삶아두고

배추 김치 둘둘 말아먹으며 우린 그렇게 자랐지

검은 광목 이불 밑에는 엄마 아부지 식구 모두 부챗살처럼 다리를 폈고

엄동설한 삭풍에 문풍지가 덜덜 떨어 방은 냉골이 되었지만

철없던 우리는 엄마 아부지 틈속에서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잠이 들곤 했었지

막내야 어렵던 시절에 내 동생으로 태어나줘 고맙다

하지만 어찌 그리 빨리 떠날 수 있단 말이냐

금방이라도 형님 별일 없어요? 하고 안부 전화 올 것 같아

전화번호를 쉬 지우지 못하고 있구나

너의 귀신잡는 해병대 정신이면 충분히 일어날거라 믿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니?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것 같아 비통하고 애통하구나

아직 성치않은 계수님이랑 귀여운 손주들 태희 시완이가 눈에 밟혀

어찌 눈을 감았니

태희가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인데 왜 병원에 두고 가느냐며

울먹였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단다

며칠 밤 혼자 숨이 차올라 중환자실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불쌍한 내 동생아!

뼈만 앙상하게 남아 종이짝처럼  가벼워진 너의 마지막 모습에

지금도 가슴이 찢어질듯 쓰리고 아프다

유년시절 너랑 절친이었던 광태 아우가 그러더구나

가난에 찌든 산천만이 고향은 아니란다

손때묻은 그 옛날 흑백의 시골집에서 온 식구가 살 부벼대며

오손도손 자라온 그곳이 참 고향이라던데

너를 떠나보내고 나니 소중한 고향 모두가 소멸된 것 같아

한없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큰 별 하나를 잃어버린 회한과 후회 텅 빈 마음뿐이다

뒷산에 너를 묻고 큰 누나랑 몇번이나 뒤돌아 보고 한참을 울었단다

아버님 생전에 늘 저 어린 것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느냐는 유언의 말씀이

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런 아버님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고 널 살리지 못했으니

이 형의 죄가 너무 크고 무겁구나

현대의학은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살려주지 못하느냐고 의사쌤께 하소연도 해봤다

이젠 모든 짐 내려두고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려므나

고통없는 천국에서 훨훨 날아다녀라

우리 또 만날 수 있다면 내 동생과 형으로 다시 태어나자

막내야 영하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구나

금산에 눈이 오고 땅이 얼었다는데 많이 춥지는 않았니?

 

밤새도록 널 추억하면서 형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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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선(히연) 2022.12.18 18:46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곳에서 가끔 주고받은 고향 소식이었지만 처련님이 누구신지
    옛날에는 듣지 못 했던 이름이게에 1반에 누구일까 생각만 했습니다
    나역시도 군대가서 죽은 동생 생각에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어떻겠습니까 빨리잊을 수 밖에. 건강 하세요.
  • ?
    처련 2022.12.19 03:59

    먼 타국에서 위로의 말씀을 전하셨군요
    감사드립니다.
    리플이 늦었네요
    동생은 60대 초반의 건장한 청년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황망하고 안타깝네요

    훗날 중부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프랑크푸르트에 들려 꼭 뵙고 싶군요
    저는 학교와 직장 일로 고향을 일찍 떠나

    향리 후배들과 어르신들이 낯설어
    죄송하구요

    건강관리 잘하시길 빕니다  

  • ?
    처련 2022.12.30 17:30
    택 배
    詩人 정호승(1950~)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택배로 온 슬픔이여
    슬픔의 포장지를 스스로 벗고
    일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나에게만은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다오
    마지막 한방울 눈물이 남을 때까지
    얼어붙은 슬픔을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 나는 국문학을 연구한 사람이 아니기에
    평소 존경하는 詩人의 글로
    슬픔을 대신하고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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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련 2023.01.26 16:15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구나
    설날에 찾아든 동장군의 기세도 아직 꺾일 줄 모르니
    뒷산에 누워있는 동생이 걱정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또다시 너를 먼저 떠나 보내고 나니
    젊어서 치열하게 살았던 삶보다 죽음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일까 너의 부재는 더 크게 다가온다
    오래전 거금도닷컴에 활동했던 분들께  
    위로의 안부를 받았다만

    어디 그리 쉽게 잊혀지겠니
    나 보다 더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 같아
    49재 후 추모의 글을 지우려 했드만
    운영자님이 메인글을 꽉 막아뒀구나

    다음에 또 올게 

  • ?
    처련 2023.02.22 00:26

     [준비 없는 이별]

    산 허리를 감아도는 매서운 바람도
    2월 하순으로 접어드니 부드럽고 온순해졌구나
    봄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너를 보내고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삶의 균형을 잃고 잠시 허둥거리기도 했단다.
    똑같은 답변이 힘들어 바깥 출입이 싫었고 
    사람들을 만날 자신도 없었고..
    아무튼 그랬다
    얼음이 녹고 대지에 미풍이 일어 갯버들에 살 오르면
    너가 묻힌 고향 거금도를 찾고 싶다.
    가슴은 이렇게 저리고 아픈데
    자라면서 지나온 어린 날들은 애틋한 추억만이 가득하다.
    이승에서 비록 짧은 시간이었다만
    우리 형제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고맙다 내 동생 막내야
    편히 잘 지내렴

    *추모의 글에 많은 관심을 주신
      향우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
    4반.보선(여수) 2023.03.16 14:37
    막내 아우님의 소천을 늦게나마 위로드립니다
    시간이 빨리 갈것입니다
    건강 챙기시고 ~~~
    저는 고향이 가까워 다행이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 ?
    처련 2023.12.29 17:21

    1 주기를 맞으며~

    시골 집 뒷산에 무수히 쏟아진 별들
    저 별 하나 따라 은하수 건너면
    사랑하는 우리 막내 동생을 볼 수 있을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또 낙엽이 지고
    다시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
    옷 한 벌 없이 혼자 떠나던 나그네 길이 쓸쓸하지는 않았니?
    저승사자가 뭘 그리 대단하다고
    바람처럼 따라 나섰단 말이냐
    그림자라도 숨어 있다면 정말 꺼내보고 싶구나
    이승에서 보냈던 너의 60여년은 최선을 다한
    열정이었고 삶이었지
    1주기를 맞아 床(상)에 올려둔 영정사진과 마주 앉아

    너를 추억하며 소주 한 잔을 비운다
    사랑하는 막내야 사무치게 그립고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  

    우리 보선이가 다녀갔구나
    고맙다.

  • ?
    별밤지기 2023.12.29 18:54
    처련 님에게 달린 댓글
    아, 1주기이군요.
    사별의 아픔은 마음이 반짝반짝 아립니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ㅡ나로도에서 거금도 평지 마을이 고향인 정민기 시인
  • ?
    처련 2023.12.29 21:23
    별밤지기 님에게 달린 댓글

    정민기 작가님도
    거금도에 탯밭을 두셨군요.

    그래서 일까요 
    글의 행간에서 애틋한 섬의 향기가 묻어 납니다.
    졸필로 이어둔 추모의 글에 격려의 말씀을 주셔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초면이라
    다음에 또 안부 나누기로 하시죠.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 ?
    별밤지기 2023.12.30 15:50
    처련 님에게 달린 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좋은 일 풍성하시길,
  • ?
    처련 2024.12.08 22:18

    2주기에 부치며

    그저 바람같이 왔다가
    짧은 생을 살다 바람같이 떠나버린 막내야
    별 세계에 훨훨 날아다니다
    사랑하는 엄마 아부지도 만날 수 있겠구나

    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더해진다
    이따금 찾는 시골 고향 마을에서도
    비록 너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없지만
    그나마 너를 그려 볼 수 있어 좋았단다
    어릴 때 형제가 함께 자랐던 추억이며
    뒷 밀감밭/뽕나무밭이며, 신작로를 쭉 늘어선 논이며,
    뒤 방에서
    도란도란 나누던 옛날 이야기들..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 찾아와 달포를 힘들었다
    오늘이 추모일인데 참석을 못했구나
    다행히 조카가 잔을 올렸다는 얘길 전해 들으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계절은 가을을 버리듯
    나도 생을 다하고 운명의 시간을 다하면
    그때는 우리 막내를 만날 수 있겠지
    이제는 그리움으로 추억으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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