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 굴지
최근 발표된 세계 제1의 부자는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라는 사람이고 제2의 부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빌 게이츠’였다. ‘카를로스 슬림’의 재산이 740억 달러(한화로 약 82조 원)이며 ‘빌 게이츠’의 재산은 560억 달러(한화로 약 62조 원)라고 한다. 60조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수인가를 느끼기 위하여 아라비아 숫자로 늘여서 써 놓으니 감상하기 바란다.
60,000,000,000,000원(무려 0이 13개이다)!
그런데 나는 왜 제1의 부자인 ‘카를로스 슬림’의 재산인 82조 원을 예로 들지 않고 ‘빌 게이츠’의 재산인 60조 원을 예로 들었을까?
물론 ‘카를로스 슬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니 그리 하였을 수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빌 게이츠’의 기부문화를 존경하기 때문이다.
위의 기사를 쓴 사람도 ‘카를로스 슬림’이 제1의 부자로 등극하는 데는 ‘빌 게이츠’의 기부문화도 한몫했다고 말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약 280억 달러라고 하는데 그런 빌게이츠가 자식들(3명)에게는 각각 1천만 달러씩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니.........
‘자식들에게 더 많이 주어봐야 그들에게 좋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그가 모고등학교의 특강에서 학생들에게 해준 인생충고로 유명한 명언 10개를 소개해 본다.
1.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않은 법이다. 그런 현실에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 여야 한다.
2. 세상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세상이 당신에게 기대 하는 것은 당신이 만족한다고 느끼기 전에 뭔가 성취해서 보여주는 것이 다.
3.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연봉이 4만 달러 이상이 되기를 기대하지 말 라.
4. 학교 선생님이 까다롭다고 느껴지거든 사회에 나가서 직장 상사를 한번 겪어보라. 진짜 까다로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5.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 할아버지 세 대엔 그것도 기회라고 생각했다.
6.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망치고 있으면서 부모 탓을 하지 말라. 불평을 일 삼지 말고 잘못한 것에서 교훈을 찾으면 된다.
7. 학교에서는 승자나 패자를 대놓고 나누지는 않는다. 낙제 제도가 없는 곳 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사회는 이와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8. 인생은 학기처럼 구분되어 있지 않다. 여름방학은 아예 없다. 스스로 알아 서 하지 않으면 직장에서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9. 텔레비전 속 이야기는 현실과 다르다. 현실에서는 커피를 마셨으면 일을 시작해야 한다.
10.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에게 잘 보여야 한다. 사회에 나가면 그 바 보 밑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다.
각설하고,
우리나라의 기업 자산총액 순서로 대기업의 순위를 매기면 삼성에 이어 현대자동차, SK, LG, 롯데가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이어서 6위부터 10위까지는 POSCO,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라고 한다.
이들 회사들이 소위 「굴지의 재벌기업」이라고 하여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으며 취업준비생들도 이들 회사에의 입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제1의 부자라고 하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재산 순위는 얼마쯤 될까? 그는 86억 달러로 세계 127위라고 발표된다. 우리 서민의 눈으로 보는 86억 달러(한화로 약 10조 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거액이다.
그럼 이건희 회장의 사회 기부액은?
놀랍게도 난 이건희 회장이 기부했다는 뉴스를 보거나 들어 본 적이 없다. 내가 모르는 기부액이 분명 있을 것이지만 그는 자신의 재산을 사회환원이라는 기부행위보다는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에 더 많은 신경을 썼을 것이다. 이재용과 관련된 저 유명한 삼성애버렌드 전환사채 사건을 법원에서는 무죄라고 선고했지만 어찌 그들이 무죄란 말인가? 적어도그들은 우리나라 세법을 누더기세법으로 만들었고 서민의 가슴에 허탈감만 심어준 죄는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이건희 회장을 우리의 젊은 입사희망자들은 존경하는 국내 제1의 기업인으로 꼽고 있다니 정말이지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디 이런 일들이 삼성그룹 문제뿐이겠는가?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치며 어음으로 결재하는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중소기업의 업무영역까지 침범하여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재벌들의 횡포에 견뎌낼 중소기업이 몇 곳이나 되며 그들과 맞서 싸우다 투신한 근로자들은 또 몇이나 될꼬???
심심찮게 보도되는 재벌들(혹은 재벌 2세들)의 추태는 처음의 기사만 요란했지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인 이 나라의 재벌들의 앞머리에 붙은 ‘굴지’라는 단어는 무엇에 대한 ‘굴지’인지가 무척 궁금하다.
굴지(屈指) - ①무엇을 셀 때 손가락을 꼽음. ②(주로 ‘~의’ 꼴로 쓰여)수 많 은 가운데서 손가락을 꼽아 셀 만큼 아주 뛰어남.
어제까지 무척 더웠는데
오늘은 장맛비가 한 차례 퍼부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시원하다.
이곳 빛고을의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시커먼 먹구름마냥 내 마음도 가볍지 않으니
이는 무슨 연유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