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 격수구(隔手句)
우리네 사람들은 적든 많든「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데, 그 「말」이라는 것을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기호. 곧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로 정의하면 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말은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들과 선천적인 농아 그리고 의식도 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들은 차치하고라도 묵언수행으로 정신의 수양을 쌓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하니까 말이다.
직업이 다양해진 현대사회에서는 말을 잘 한다는 것도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분명히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 우리의 직업 중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은 무엇 무엇이 있을까?
아무래도 학원 강사, 아나운서, 보험설계사, 전화상담원, 전문 사회자 등등이 그에 해당될 것 같고 변호사는 말을 조리 있게 잘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을 하는 자와 말을 듣는 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조화되어 듣는 자가 지루해 하지 아니하고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리라.
내 주위에서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누굴까? 하고 생각해 보면 현재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중학교 동기동창인 친구가 아닌가 한다. 또한 말을 재미있게 잘 하는 친구로는 초등학교 동기인 신촌의 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신촌의 처가에서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인생 경험담을 듣느라 하루의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말을 잘 한다는 것도 타고난 재주이자 복인데도 옛 선인들은 말은 많이 하는 것 보다는 많이 하지 않은 것이 좋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그 이유는 말을 많이 하면 필연코 실언을 하게 됨을 경고하기 위함이리라.
이렇게 말을 아끼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속담을 생각나는 대로 몇 개 간추려 본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군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말 많은 것은 과붓집 종년.
말은 보태고 떡은 뗀다. 등등이 있다.
또한 여러분들은 아래의 시조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말 하는 것이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이 시조는 조선시대에 쓰였으며 작자는 미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남의 말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예나 지금이나 세상 사람들의 말 많음을 경계하는 글이라 하겠다.
오늘 내가 글의 소제목으로 삼은 격수구(隔手句)라는 단어도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나도 처음 접한 단어이기에 소개했다.
격수구(隔手句) - 서로 뜻을 아는 사람끼리 만나면 말없이도 서로 뜻이 통 하기 때문에 말이 도리어 사이를 멀어지게 함을 이르는 말.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엄청난 재앙 앞에서 한없이 미약한 우리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