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벌려 껴안아도 한없이 넉넉한
남자, 대흥리 팽나무
우람한 근육에 살짝 돌아서
팥알 만한 열매만 깨물었는데
내리는 비 사이로
불현듯 요의를 어쩌지 못해
눈에 띄는 파출소문 반쯤 열고
아주 멋적게 화장실을 물었더니
세 남자 모두 파출소 밖으로 나와
더러운데, 여성전용이 아닌데 저들끼리 의논하더니
옆 소방서로 데려가 놓고 나를 세워둔 채
특이한 업무관련 회의를 마치고서야 소방서 화장실을 내어주더라
시원하게 뒷끝 마무리하고
두리번거리며 밖으로 나오니
산안개 피어오르는 적대봉만 바라보며
감사하다는 인사에도 끝내 얼굴 돌리지 않더라
건장한 뒷모습만 보여주더라
괜히 나도 부끄러워
떠나려는 차에 올라타 차창 밖을 내다보니
나뭇가지 흔들고 있는 팽나무
대흥리 마을에는 팽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더라
⊙ 발표문예지 :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1년09월 ⊙ 작품장르 : 현대시
윤정옥(尹晶玉) 장 르 : 시인 Email : yjo@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yj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