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 전에 생식을 끝낸 우리들이 거금도 앞 바다에 잠시 조각배 하나 띄우고 서녘 하늘 바라보며 천천히 소주잔 기울이면 아직도 청춘인 해는 오늘도 저 혼자서 허공 속을 걸어가고 우리도 저 붙박이별같아서 지구 아래로 홀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장대비 뛰어내린다, 저 높은 우주의 한쪽에서 시퍼런 바다 위로 아름다운 사내들이 빠른 몸짓으로 사정없이 정복한다, 벌거벗은 거금도 앞바다 섞어, 거침없이 하늘과 바다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섞어 이미 젖은 바다가 다시 촉촉이 젖으며 날아오른다, 허공 속으로 하얀 새처럼 천 개 만 개 십만 개의 물 알갱이들이 다투어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빗줄기와 바다가 하나가 되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통통 튀면서 숨가쁘게 오르내린다, 하늘과 바다 위 자욱하다, 사랑의 비린내 기다란 빗줄기와 넘실거리는 바다 사이 우리들은 소주잔을 높이 치켜든 채 스무 살의 한때처럼 팽팽하다.
"어이, 봇쇼 이--." 소리치면 가던 배도 인정으로 돌아와 주고 "어이, 봇쇼 이--." 허둥지둥 뛰어가면 저만큼 가던 버스도 멈추어 기다려 주고 "조카의 친구가 왔다고, 그 친구 아는 분들이 열두 명이나 왔다고, 오매, 다 반가운 거. 어서 옷쇼 이. 누군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