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도에 계신 진일씨 어머님께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지금쯤 무엇을 하고 계신지 생각해 봅니다.
머리에 챙 넓은 모자 쓰시고, 허술한 긴 팔 셔츠 입고 뜨거운 깨밭에 허리 굽히고 계시는지요. 수건 하나 목에 두르고 흐르는 땀 닦아내며 참깨를 베고 계시는지요. 눈감고도 그려지는 모습입니다.
아들과 며느리의 선배, 그 선배와 함께 글을 쓴다는 열두 명의 사람들을 먹여 주고 재워 주시면서 조금도 개의치 않으셨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잠 자리가 불편할 거라고,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을 거라고, 두런두런 걱정해 주시며 웃어주시던 모습이 너무 고왔습니다.
고마워도 내색하지 못하고 떠나온 서울 깍쟁이가 되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는데 굳이 들려 보내주신 양파와 마늘이 베란다 선반에 걸려 바람결에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진일씨 어머님!
대문 앞 길섶에서 빨갛게 피어있던 토종 채송화처럼 고우신 얼굴이십니다. 베풀어주신 넓은 마음은 부드러운 해풍 같이 온몸에 감겨옵니다.
세월의 햇살에 그을리고, 바닷바람에 주름졌어도 신식 며느리와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나누신다는 멋쟁이 시어머니. 그 따뜻한 손길로 끓여주신 장어국, 오리 백숙, 무청김치, 호박 된장국, 농어새끼 구이, 깻잎조림 등이 생각할수록 군침이 돌게 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 수고로 저희들은 거금도 푸근한 인심을 품에 안고 무사히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답답한 도시에 갇혀서 거금도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마당에 돌배나무가 배 향기를 뿌려대고, 달밤에 귀뚜라미는 도시로 떠난 자식들의 모습을 불러대겠지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마음은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서울서 목필균 올림
⊙ 발표문예지 : 문학의 즐거움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1년08월 ⊙ 작품장르 :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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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필균 장 르 : 시인 Email : mpk@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mpk |
목필균여사님 안녕하십니까
진일씨 옆에 동각이 있고 우리집 있는 동네 아저씨 입니다
갑신년 새해 뜻한 모든일 이루시고
금년은 더욱건강한 한해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