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녘 섬 산봉우리 너머 처연하게 저녁 노을이 지고 너와 나를 에워싼다, 흐느적거리는 어둠의 속살들 캄캄하게 내려앉는다 거금도 신양마을 작은 선착장 콘크리트 바닥에 돗자리 몇 장 깔고 상처 입은 짐승처럼 둘러앉은 우리들의 머리 위로 흐려오는 하늘엔 별 하나 보이지 않고 일그러진 달덩이마저 창백해 어둠에 포위당한 우리들의 눈빛 번득이기 시작하고 전투 태세를 갖춘다, 저마다 독한 향내를 감춘 소주잔을 돌리고 거금도산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우리 모두 시작한다, 오늘의 어둠굿 수없이 장구를 치고 너도 나도 노래를 부르고 젓가락으로 양은 그릇 두드리고 병 속에 든 숟가락 쩔렁거리며 광신도처럼 손뼉을 치면서 귀신을 내쫓듯 어둠을 몰아낸다 후여 후여 자동차 전조등 켜 등불을 삼고 세상 사는 서러움 수평선 밖으로 물리치는 우리들의 사랑굿 새벽이 올 때까지 쉬지 않는다.
"어이, 봇쇼 이--." 소리치면 가던 배도 인정으로 돌아와 주고 "어이, 봇쇼 이--." 허둥지둥 뛰어가면 저만큼 가던 버스도 멈추어 기다려 주고 "조카의 친구가 왔다고, 그 친구 아는 분들이 열두 명이나 왔다고, 오매, 다 반가운 거. 어서 옷쇼 이. 누군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