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선생님께
거금도의 달빛에는 바다바람이 묻어있었지요
서울서 귀한 손님이 왔다고 구경나와 놀아주던 사람들 같이
달빛이 추녀 밑을 파고 들어와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했지요
혹시 더울까봐 창문 열어주고 보살펴 주던
진병일 씨의 어머니 마음 같이
선선한 바람이 불어 왔지요
이틀 동안 함께 했던 마루방은 꿈 많은 내 유년의 방이었지요
고독을 적당히 즐길줄 아는 사나이 정성수 선생님과
고독을 모르고 좋은 사람이나 찾는 철부지 이대의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꿈같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우이시' 여류 시인들과 있었던 한낮의 풍경을 놓고
'눈 뜨고는 도저히 못 봐주겠네'
'인어공주가 모랫벌로 나온 까닭은'
'빈 배 타고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영화 제목을 지으며 낄낄 거렸지요
어느새 형제보다 연인보다 아름다운 동업자가 되어
목숨 걸고 글을 쓰는 나이든 청년과
지지리도 게으르게 글을 쓰는 무늬만 총각이
서로를 아끼고 걱정하는 밤은 그렇게 깊어 갔지요
나는 알지요
시집을 내준다는 곳도 없으면서
문단도 모르고, 알아주지 않아도
목숨 걸고 시를 쓰는 이유를
진정한 시인이기 때문이지요
진정한 시인이란 걸 나는 알지요
바닷바람이 묻어있는 달빛이 스러지고
우리는 드넓은 바다 갈매기의 꿈을 꾸며 잠들었지요
정성수 선생님의 화답시입니다.
괜히 우리만 이야기 한 것 같이 되었는데
우이시 하계 수련회 때 함께 잤던 변규백 선생님, 이선용씨, 진병일씨 너무도 정겨운 밤이었습니다.
좋은 잠자리를 제공해준 진병일 씨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 발표문예지 :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1년08월 ⊙ 작품장르 : 현대시
이대의 장 르 : 시인 Email : ldu@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l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