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설레임이 먼저 길을 열었다
참 오랜만에 새장을 열고
묵은 항아릴 열고 일어서서
푸른 바닥 보일 때까지
팔을 쭉 뻗어 남쪽 창을 열었다
계룡산 두계역을 지나
섬진강 끼고 지리산 발등을 밟으며
남으로 남으로
해초 내음과 눈 마주칠 때까지
기차는 등을 곧추세우고
바다로 내달렸다
홀로 돌아앉은 거금도에
닿기까지 긴 하루가 갔다
순천역을 끼고 도는 직행버스 편에
벌교가
<태백산맥>밖으로 달려나오고
고흥반도 긴 발가락에
녹동항구가 절로 움찔거렸다
하루에 한 번씩 넘어지는
빨간 숯불덩이
소록도 긴 옆구리로 파고들자
끝내 머릴 감추던 거금도가
일곱 번째 큰누이처럼
수줍게 얼굴 내민다
유자나무와 삐삐풀이
뻘건 황토밭 곳곳에서 하얀 포말처럼
밀려나오고 거금도 바닷길은
그대로 안개밭이었다
⊙ 발표문예지 :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1998년12월 ⊙ 작품장르 : 현대시
김금용 장 르 : 시인 Email : kky@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kk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