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날씬한 연안 여객선 금산호를 타고
남해안 거금도
진씨들의 집성촌 신양마을에 가면
평야처럼 펼쳐진 간척지의 녹색 볏잎들
앞마당으로 마중나온 진일 씨 어머니 치맛자락 앞에서
나직이 여름바람 흔들고
앞산을 바라보는 효부 열녀비와 마을회관과 경로당과
지은 지 오래된 정자 하나
선착장에서 기어온 작은 게들과
꼬리가 긴 고추잠자리
지금 막 잠이 깬 아침 햇살이
함께 눈부시게 모여 사는 땅
낮이면
진부석 씨의 쾌속정이 바다로 나가고
밤이면
진일 씨 막내삼촌의 기가 막힌 노래 소리
선착장 파도를 허옇게 일으켜 세우고
지나가던 달덩이도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서
저 높은 우주 속 별들이 노래에 젖어
미친듯이 다투어 반짝이는 곳
감성돔과 장어와 농어가
바다 내음 씩씩하게 퍼득이는 마을
무방부제 ‘생’ 막걸리 나누어 마시며
변규백 작곡가가 장구를 치면
낯선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거금도 신양 마을에서 행복하였네, 우리는
그 여름 2박 3일간.
2001/8/12일 10시 44분
⊙ 발표문예지 : 문학의 즐거움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1년08월 ⊙ 작품장르 :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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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丁成秀) 장 르 : 시인 Email : chung@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ch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