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죽하믄 지가 그른 애 멘 소리까지 했긋소


"어야, 삼식이네, 나 조깐보세이."
"먼 일로 그라시요,아짐?"
"먼 일이 있긋능가마는.... 자네 쩌번 참에 삼식이하고 고흥떡 애기가 싸워갖꼬 코피가 났을 때 자네가 애기 나빠닥에 코피를 만신창으로 볼라 갖꼬 쫒아가서 그 집 개 잡어내라고 했담시로?"

"아이고 아짐도... 솔직히 그른 소리를 안했다면 도적년이고 내 주뎅이로 그라고 말하기는 했지라."

"이 사람아, 한 우제 삼시로 그라믄 된당가? 평상 안 볼 사람들도 아니고."

"아따, 그라고 말씀하면 지도 서운하지라. 한 피짝 말만 듣고 그란 말씀 하지 마시씨요 이. 그 잡열의 새끼가 우리 애기 코피 털친 것이 맷뻔인지 아시요?
한 두 번이 아닝께 글지라. 매칠 전에도 그랬당께라. 생각만 해도 가슴에 천불이 나서 못살긋어라 참말로!"

"오매,진짜 그랬등가?"

"아니 땐 굴뚝에 으치꼬 냉갈이 난다요? 오죽하믄 지가 그른 애 멘 소리까지 하긋냐고라. 참말로 복장이 터져서 못살긋어라. 그랑께 아짐도 무담씨 나보고만 나쁜 년이라고 하지 마시씨요 이."

"이. 자네 말을 들어봉께 쬐깐 이해가 가네. 어야, 근디 고흥떡이 자네보다 낫살을 묵어도 맺살 더 안묵었는가. 그랑께 자네가 무조건 잘못해 부렀다고 하소. 한 우제 삼시로 으차든지 의좋게 지내사제. 안그란가?"

"야....지도 너무했다고 생각하고 있응께 온제 봐서 그 말을 해야긋다고 생각하든 참이었어라. 삼식이 아부지도 나보고 너무 했다고 얼릉 가서 안 빌면 다리뺑이를 뿐질라 불긋다고 그래쌌고..."

 

 

 

위 예문에 나오는 '자네'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손아래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하지만 예전 남도에서는 동년배나 나이가 2,3년 혹은 4,5년연상인 사람에게도 흔히 사용하곤 했다.

이를테면 중학생이 고등학생에게,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중반의 사람에게 이 '자네'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고 연상인 사람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유독 남도에서만 연상에게 사용됐던 이 '자네'라는 호칭을 타 지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자네'라는 표현은 반드시 손아래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었다. 남편이 아내를 자네라고 부르고 장부가 같은 연배의 장부를 자네로 부르며 선비도 기품 있는 기생은 자네라고 높여 불렀다.

또 옛날 서당에서는 훈장이 학동을 자네라고 불렀으며 오늘날 대학교에섯도 교수들은 학생들을 자네라고 부른다. 이는 자네라는 말이 상대를 낮추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존중하고 높여 부른다는 뜻이다.

전라도 탯말


같은 맥락으로 남도에서는 손아래 사람은 물론 손위 사람에게 '하소' 또는 '했는가'라는 말을 많이 썻다. 이를 두고 타 지역에서는 손위 사람에 대한 하대의 표현이라고 말하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연상에게 사용하는 '하소'나 '했는가' 등의 표현은 '자네'라는 말처럼 결코 상대를 낮추는 말이 아닌 존중하고 높여 부르는 표현이다. 심지어 자식이 엄마에게 '하소'나 '했능가'라고 표현하는 것도 남도에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형, 밥 묵었는가?' , '이것은 자네가 하소' , '엄니, 나 밥 잔 주소' 와 같이 남도에서 손위 사람에게 사용했던 이처럼 친근하고 정겨운 호칭과 말들이 이른바 표준어 사용의 영향으로 본래의 의미가 사라지고 이제는 손아래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말로 고착되고 말았으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위에 나오는 '우제'라는 말은 위아래, 한 이웃이라는 뜻으로 잊혀져 가는 남도 탯말 가운데 우리들의 귀에 유난히 친숙한 단어이다. 이웃 사촌이 형제간 보다 낫다는 말에서 보듯이 한자의 우제友弟에서 연유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잡열'이라는 말은 남도의 걸죽한 욕의 하나로써 잡열雜列은 집안 내림이 그렇다는 무지막지한 욕이 된다. 그래서 흔히 '잡열의 새끼' , '잡열의 자식' 등의 욕설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밖에 '무담씨'는 '무단無端히'의 변형으로 생각된다. '이유 없이','괜히'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경상도에서는 '무단히'로 쓰이고 있다. 또 '애 멘 소리'는 억지로 애를 먹이는 소리, 애간장이 메이게 하는 소리라는 뜻이다.

 

 

출처 : 책 전라도 우리탯말 중에서...오죽하믄 지가 그른 애 멘 소리까지 했긋소
태그 연관 글
  1. [2018/03/21] 송광암 - 절로 가는길 (월간 송광사 3월호) by 운영자 (19)
  2. [2011/12/13] 송광암의 겨울 by 운영자 (6643)
  3. [2003/02/28] 송광암 안내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 by 운영자 (18983, 28) *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우리의 옛 지명 살아있어 더욱 정답다 (각 마을 지명 알기) [23] 운영자 2003.11.27 104665
공지 금산사투리의 총정리 [533] 무적 2004.10.22 174568
34 기대 몬당 rladnlgjs 2013.04.29 7541
33 나는 조구 대그빡 맨치로 맛있는 것이 옵뜨랑께 file 운영자 2011.05.08 28237
» 오죽하믄 지가 그른 애 멘 소리까지 했긋소 file 운영자 2011.05.01 25199
31 사투리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울산나그네 2009.06.19 58471
30 사투리자료 퍼 갑니다.. 감사합니다. [2] 정은미 2008.06.03 71224
29 여름날의 추억 김양현 2006.08.13 51725
28 마통에 외 크덱끼 [1] 김양현 2006.07.19 84628
27 메~게 대답을 하재마는... [3] 김양현 2006.05.12 79442
26 전라도 우리 탯말책이 나왔어요~~ [2] 섬사랑 2006.04.28 69674
25 아따검나게춥다 [2] 영미 2005.11.20 102438
24 볼카졌다 [5] 거시기 2005.07.30 101535
23 이순신장군의실수 [4] 이순신 2005.07.14 73155
22 7번, 북한산 님의 글을 저의 경상도 친구가 바꿨답니다. 진순아 2005.05.10 44691
21 금산 사투리 정무열 2005.02.06 66339
20 사투리에 관한 에피소드 2 [4] 복이 2004.11.12 80119
19 정겹습니다 RLAGUDDK 2004.10.24 67864
18 사투리 한마디! [23] 황차연 2004.09.05 107347
17 나도 한자리 해 볼라요..... [23] 거시기 2003.12.25 103706
16 금산부르스 서울 에서 2004.02.08 62592
15 금산욕 [1] 서울 에서 2004.02.08 107466
14 군대에서전라도고문관 [2] 유병운 2003.12.28 85310
13 거시기와 머시기 김양현 2003.12.10 47270
12 그랑께 택시타자고 그렸자나!..........(펌글) 북한산 2003.12.06 58587
11 오랫만에 사투리 올려드리죠... [4] 김양현 2003.12.04 74452
10 잼있는 금산 사투리~~~ [5] 김양현 2003.11.25 91091
9 우리동네는 연소라서...어전리...인데...사투리...하고 친한가벼~ [2] 김양현 2003.11.22 77020
8 사투리는 계~~~속됩니다. [1] 김양현 2003.11.20 84602
7 오늘 욕먹을 지서리 않했소? [3] 북한산 2003.11.20 67143
6 요정도는 다 알재라? [5] 김양현 2003.11.19 78307
5 맞는것 같네요. 김양현 2003.11.10 56955
4 정말로 뭐가 몬지 못알아묵것넹.... 흠냐... 2003.10.22 66295
3 정겨운 고향말(2탄) [3] 김양현 2003.10.07 88966
2 정겨운 사투리 [3] 김양현 2003.10.05 69823
1 사투리게시판을 시작하면서.. [2] 거금도 2003.08.10 6833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