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믄 지가 그른 애 멘 소리까지 했긋소
운영자 2011.05.01 19:40 조회 수 : 26250
출처 : 책 전라도 우리탯말 중에서...오죽하믄 지가 그른 애 멘 소리까지 했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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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믄 지가 그른 애 멘 소리까지 했긋소
"어야, 삼식이네, 나 조깐보세이."
"먼 일로 그라시요,아짐?"
"먼 일이 있긋능가마는.... 자네 쩌번 참에 삼식이하고 고흥떡 애기가 싸워갖꼬 코피가 났을 때 자네가 애기 나빠닥에 코피를 만신창으로 볼라 갖꼬 쫒아가서 그 집 개 잡어내라고 했담시로?"
"아이고 아짐도... 솔직히 그른 소리를 안했다면 도적년이고 내 주뎅이로 그라고 말하기는 했지라."
"이 사람아, 한 우제 삼시로 그라믄 된당가? 평상 안 볼 사람들도 아니고."
"아따, 그라고 말씀하면 지도 서운하지라. 한 피짝 말만 듣고 그란 말씀 하지 마시씨요 이. 그 잡열의 새끼가 우리 애기 코피 털친 것이 맷뻔인지 아시요?
한 두 번이 아닝께 글지라. 매칠 전에도 그랬당께라. 생각만 해도 가슴에 천불이 나서 못살긋어라 참말로!"
"오매,진짜 그랬등가?"
"아니 땐 굴뚝에 으치꼬 냉갈이 난다요? 오죽하믄 지가 그른 애 멘 소리까지 하긋냐고라. 참말로 복장이 터져서 못살긋어라. 그랑께 아짐도 무담씨 나보고만 나쁜 년이라고 하지 마시씨요 이."
"이. 자네 말을 들어봉께 쬐깐 이해가 가네. 어야, 근디 고흥떡이 자네보다 낫살을 묵어도 맺살 더 안묵었는가. 그랑께 자네가 무조건 잘못해 부렀다고 하소. 한 우제 삼시로 으차든지 의좋게 지내사제. 안그란가?"
"야....지도 너무했다고 생각하고 있응께 온제 봐서 그 말을 해야긋다고 생각하든 참이었어라. 삼식이 아부지도 나보고 너무 했다고 얼릉 가서 안 빌면 다리뺑이를 뿐질라 불긋다고 그래쌌고..."
위 예문에 나오는 '자네'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손아래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하지만 예전 남도에서는 동년배나 나이가 2,3년 혹은 4,5년연상인 사람에게도 흔히 사용하곤 했다.
이를테면 중학생이 고등학생에게,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중반의 사람에게 이 '자네'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고 연상인 사람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유독 남도에서만 연상에게 사용됐던 이 '자네'라는 호칭을 타 지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자네'라는 표현은 반드시 손아래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었다. 남편이 아내를 자네라고 부르고 장부가 같은 연배의 장부를 자네로 부르며 선비도 기품 있는 기생은 자네라고 높여 불렀다.
또 옛날 서당에서는 훈장이 학동을 자네라고 불렀으며 오늘날 대학교에섯도 교수들은 학생들을 자네라고 부른다. 이는 자네라는 말이 상대를 낮추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존중하고 높여 부른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으로 남도에서는 손아래 사람은 물론 손위 사람에게 '하소' 또는 '했는가'라는 말을 많이 썻다. 이를 두고 타 지역에서는 손위 사람에 대한 하대의 표현이라고 말하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연상에게 사용하는 '하소'나 '했는가' 등의 표현은 '자네'라는 말처럼 결코 상대를 낮추는 말이 아닌 존중하고 높여 부르는 표현이다. 심지어 자식이 엄마에게 '하소'나 '했능가'라고 표현하는 것도 남도에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형, 밥 묵었는가?' , '이것은 자네가 하소' , '엄니, 나 밥 잔 주소' 와 같이 남도에서 손위 사람에게 사용했던 이처럼 친근하고 정겨운 호칭과 말들이 이른바 표준어 사용의 영향으로 본래의 의미가 사라지고 이제는 손아래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말로 고착되고 말았으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위에 나오는 '우제'라는 말은 위아래, 한 이웃이라는 뜻으로 잊혀져 가는 남도 탯말 가운데 우리들의 귀에 유난히 친숙한 단어이다. 이웃 사촌이 형제간 보다 낫다는 말에서 보듯이 한자의 우제友弟에서 연유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잡열'이라는 말은 남도의 걸죽한 욕의 하나로써 잡열雜列은 집안 내림이 그렇다는 무지막지한 욕이 된다. 그래서 흔히 '잡열의 새끼' , '잡열의 자식' 등의 욕설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밖에 '무담씨'는 '무단無端히'의 변형으로 생각된다. '이유 없이','괜히'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경상도에서는 '무단히'로 쓰이고 있다. 또 '애 멘 소리'는 억지로 애를 먹이는 소리, 애간장이 메이게 하는 소리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