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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구 대그빡 맨치로 맛있는 것이 옵뜨랑께

"워매, 이 염천에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껀디, 먼 밥을 해놨다고 사람을 오라 그래싸시까 이...."

"머시 성가시당가? 수꾸락 한나만 더 노면 된디. 얼릉 이리 앉소. 조구 대그빡에 하지감자 잔 여코 국을 폴폴 끄랬는디 맛이 있을랑가 으찰랑가 몰긋네."

"아이고, 나는 조구 대그빡 맨치로 맛있는 것이 옵씁디다. 오매, 맛있능 거! 간간한 것이 참말로 개운하요 이. 빈내도 한나 안나고."

"맛있다고 항께 좋네야. 근디 지비 아그는 으디 갔능가? 있으면 같이 오제 그랬능가. 항꾸분에 같이 묵게."

"아이고, 말도 마시씨요. 아까 침에 맹순이하고 으디로 도라이브 갔다요. 참말로 알다가도 몰긋당께라. 만난지 을마나 되얏다고생머시 그라고 존지 날마다 맹순이를 지 차에 태우고 사방팔방으로 돌아댕긴당께라. 서울 올라갈 생각도 안하고라."

"이, 서로 연분이 될랑께 그란 것이네. 이 참에 둘이를 딱 묶어 갖꼬 서울로 올레 보내불소야."

"그랑께 말이요. 글고 맹순이 그른 가시내도 첨 봤소야. 열름을 잘 탄다드만 한나도 안탑디다. 을마나 이정시런지 오늘도 아침 일찍 와 갖고 엄니, 밥 잡샀소 하고 인사를 하드만 손을 걷어 부치고 정제로 몬차 들어갑디다."

"아따, 그것 벨 것이네 이. 그래갖꼬?"

"아침 묵은 그륵을 행기뽀로 뽀득뽀득 소리가 나게 씻어서 살강에 올레 놓는디 몰강 물이 잘잘 흐르고 기영 물에 밥 태기 한나 나간 것이 옵뜨랑께라."

"오매, 참말로! 그것이 살림 한나는 똑 소리나게 잘 하긋네 이."

"그것뿐이 아니랑께라. 기영을 치고 나오드만 판식이하고 판식이 아부지가 엊저녁에 벗어 논 양발까지 깨깟이 뽈아서널어놓고 나가드란 말이요."

"시상에 먼 그런 가시내가 있을까 이. 사람은 그라고 이미로와사제 쓴단 마시. 이미롭게 항께 을마나 존가?"

남도에서 놀람을 나타내는 감탄사로 흔히 사용하는 말에는 위 글의 '워메'와 '오매'가 있다. 이 두 말은 얼핏 듣기에 비슷한 것 같지만 '워메'가 '오매'보다 뜻이 크고 깊다는 점이다.

 

'워메'의 경우 깜짝 놀랄만한 큰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 특히 부정적인 일을 당했을 때 사용하며 '오매'는 크고 작은 일, 긍정적인 일과 부정적인 일 모두에 사용한다. '컴컴한'이 '캄캄한'보다 뜻이 큰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를 들면 워메는 '워메! 큰일났다!', '워메, 참말로 징그럽대!', '워메 워메, 시상에 그른 나쁜 놈이 어딨다요?', '워따메, 물 짚은 거!', '워따메! 왜 돌아가셨다요?' 등으로 사용하고, '오매, 좋은거!' , '오매, 그런 재주가 다 있네 이', '오매, 메주가 재주요 이' 등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위 예문에 '하지감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남도에서ㅓ 감자를 단순히 감자로 부르지 않고 하지감자라고 불렀다. 이는 고구마도 남도에서는 감자로 불렀기 때문에 둘을 구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감자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로 감자는 물론 고구마 역시 한자로 저(藷=사탕수수 저)를 써서 둘 다 원래 '감저甘藷'라고 불랐다는 사실이다. 다만 중국을 통해 유입된 감자는 북저北藷, 일본을 통해 유입된 고구마는 남저南藷라고 구분했으며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고구마'라는 말은 이 남저가 일본 쓰시마 섬의 '고꼬이모孝行藷'에서 유래한 때문에 그 지명을 딴 것이다.

 

옛날부엌

위 예문에는 이제 남도에서도 잊혀져가고 있는 탯말이 많이 나온다. '살강'과 '행기뽀', '기영물' 등이 그것이다. 살강이 그릇 등을 얹어 놓기 위해 부엌 벽에 드린 선반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리고 '행기뽀'는 행주에 '베포布'자가 붙어서 행주포라고 했던 것이 행기뽀로 변하지 않았나 싶다.


또 옛 우리 어머니들은 설겆이 물을 '기영 물'이라고 했고 설거지하는 것을 '기영친다'고 했다. '기영 다 치웠소?', '아까 기영치고 있는디 누가 와 갖고'라는 말을 어릴 때 많이 들어본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기영'은 원래 그릇이나 접시를 뜻하는 한자어인 '기명器皿'이 변한 것이다. 즉 '기명'의 'ㅁ'이 'ㅇ'으로 바뀌어 '기영'이 되었는데, 이것은 마치 '무명'을 남도에서 '미영'으로 발음하는 것이나 경상도에서 '구멍'을 '구영'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부엌을 '부삭' '정제' 혹은 '정게'라고 하고 부엌데기를 '정제(게) 가시내', 반찬을 '건개'라고 했던 잊혀져가는 우리 탯말이 그립다.


그리고 남도 탯말 가운데 우리가 눈 여겨 볼 것은 위에 나오는 '맛있다 항께 좋네야', '서울로 올레 보내불소야', '그른 가시내도 첨 봤소야' 라는 표현처럼 어미에 '~야'자를 붙이는 말이 많다는 점이다.
'몰랐네야', '먹었소야', '갔다왔네야', '울었소야' 등과 같이 무슨 말이든 어미에 '~야'를 붙여 의미를 강조하는 이 표현은 경상도 탯말의 '몰랐다마', '먹었다마', '갔다왔다마', '울었다마' 등에 나오는 '~마'가 지닌 의미와 같은 맥락이라고도 할수 있겠다.

 

 

출처 : 전라도 우리 탯말 . 나는 조구 대그빡 맨치로 맛있는 것이 옵뜨랑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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