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 화 : 에끼다
사람이 살지 않은 고향의 집은 마을의 소방도로를 만드는데 이쪽이 들어가고 저쪽이 들어가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뜯기고 말았는데, 마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 그 집터는 마을의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의 쓰레기장으로 변하여서 이번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곧, 내년 쯤 퇴직을 하면 고향에다 자그마한 집을 지어 살고 싶다는 가형이 집터로 생각하고 있는 증조부모님의 산소가 있었던 그 터(증조부모님의 산소는 가족 공원의 조성으로 작년에 이장하였다)를 닦고, 거기에서 나온 흙으로 옛집의 터를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하여 지난 토요일인 그제부터 어제까지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및 우리 형제 내외의 노동력을 힘껏 쏟아 부었다.
어제, 일을 채 마감하지 못하고 광주로 되돌아 왔는데, 오늘 고흥의 동생이 귀한 가오리를 구했다고 광주로 가져왔다(본인은 이번에 자기의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 가오리를 썰어 먹으면서 점 백 원의 고스톱 판이 벌어졌는데(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여자들끼리 밖에서 하고 있다)..........
우리 형제들은 만날 기회가 있으면 고스톱화투놀이를 한다. 여섯이서 혹은 각각의 대표인 셋이서 하게 된다. 특히 광주에 사는 형님과는 이따금씩 부부간인 넷이서 벌이는데 누구 네가 더 많이 이겼는지는 모른다. 다들 알다시피 이 고스톱은 셋이서 치면서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것인데(그래서 독박 내지는 양 독박 규칙도 생겼다) 아무래도 부부간에 하다 보니까 자기 편(?)에게 유리하도록 패를 먹고 내놓고 하게 된다. 단 독박이 아닌 한도 내에서.
지금까지의 전적을 보면 우리 편이 이기는 횟수는 많은 것 같은데(?) 돈을 따고 잃은 액수로 계산해 보면 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편이 돈을 딸 때도 나는 1원의 수입이 없고 잃으면 전부 내가 잃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편이 이기면 다 집사람의 지갑으로 들어가고 우리 편이 지면 다 내 지갑에서 나가니까.
집사람과 둘이서 맞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부부라도 돈을 잃으면 기분이 상한 것일까?
집사람은 돈을 조금이라도 잃으면 표정과 말투부터 달라진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말투는 자조적(?)이다.
‘당신이 살림을 다 하시오’로부터 시작되는 원망은 ‘돈 없으면 카드 쓰면 되지.’로 끝나는 집사람을 내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집사람과 고스톱을 해서 이겨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나는 이따금씩 집 사람을 꼬일 것이다. 고스톱 한 판 하자고.
이러한 집사람이 화투를 치면서 돈을 계산할 때 자주 쓰는 말이 ‘이께이께’다.
곧, 내가 받을 돈이 얼마이고 내가 줄 돈이 얼마이니 그 돈을 서로 상쇄한 나머지만 계산하자는 것이다.
이 ‘이께이께하다’의 표준어가 ‘에끼다’란다.
사투리가 표준어에서 파생된 것이기에 그리 신기할 것까지야 없지만 ‘에끼다’라는 표준어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좀 더 세련된 단어인 엇셈과 함께 올리니 참고하기 바란다.
에끼다 - 『…을』서로 주고받을 물건이나 일 따위를 비겨 없애다.
엇셈 - ①서로 주고받을 것을 비겨 없애는 셈. ②제삼자에게 셈을 넘겨 당사자끼리 서로 비겨 없애는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