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 코스모스는?
어제 일요일.
구례에서 어떤 점심약속이 있어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여를 빨리 출발하였다.
고속도로를 이용했던 평소와는 가는 길을 달리하여 일반 국도로 아주 천천히 가을을 즐기려고 말이다. 동광주인터체인지→창평면→옥과면→삼기면→곡성읍→구례읍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의 옥과에서 삼기까지의 구간은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 예전에도 이따금씩 드라이브를 즐겼었는데
이번에도 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코스모스가 많이 피어 있었다.
이 코스모스를 보면 저절로 생각나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이 노래는 따라 부르기가 쉽고 좋은 노랫말로 인하여 옛 애인(?)과의 데이트를 생각나게 하는 지라
이 꽃만 보면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려지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여학생(또는 남학생)과 무리지어 피어 있는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사진 한번 찍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할 정도로 코스모스는 그 청초한 자태로 어린 청춘을 유혹했는데
70년대의 광주는 전남대학교의 코스모스가 무척 유명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당시의 여학생들은 모두 코스모스를 닮고 싶어 했고,
남학생들은 자기의 여자 친구가 코스모스를 닮았으면 하고 바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코스모스를 보고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아내에게
“저 코스모스 속에 당신이 들어가 있으면 당신도 분명 코스모스같이 예쁠 터인데,
코스모스 중에 제일 큰 여왕 코스모스! 그런데 사진기가 없으니....” 하고
아부성 발언을 한마디 던졌더니 마누라 왈!
“내가 뚱뚱하다고 놀리는 거야?”하고 웃는다.
곡성읍의 5일 장터도 둘러보고 김칫거리를 사는 여유도 부려보며 모처럼의 휴일을 즐겼는데
정작 온 몸을 불어오는 바람에 맡기고 한가로이 흔들거리는 코스모스의 저 작태를 하늘거린다고 하는가, 한들거린다고 하는가? 그것이 문제로다!
하늘거리다 - 조금 힘없이 늘어져 가볍게 자꾸 흔들리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고향 길은 언제 봐도 정겹다.)
한들거리다 - 가볍게 이리저리 자꾸 흔들리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별똥이 그어질 적마다 한들거리는 보드라운 억새 잎새….)
한편 ‘하늘거리다’는 ①물체가 꽤 무르거나 단단하지 못하여 자꾸 뭉크러지거나 흔들리다.
②어디에 매인 데 없이 멋대로 한가하게 놀고 지내다.
라는 뜻이 더 있음을 부언하고 맺는다.(2010. 10.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