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화
: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 떴다 봐라 저 종달새
석양은 늘어져 갈마기 울고 능수버들가지 휘늘어진디
꾀꼬리는 짝을 지어 이산으로 가면 꾀꼴
~
꾀꼴
~
(
이하 생략
)
♪ 남원산성 - 장민
♪ 남원산성 - 김용임
내가
2008
년부터
2
년간 근무했었던 남원에서 생겨나고 불리었다는 등가타령
(‘
남원산성
’
혹은
‘
둥가타령
’
이라고도 한다
)
의 일부이다
.
오늘은 나를 아주 미워
(?)
하는 수진 선배님의 마음도 풀어주고자 하는 일환으로 그 선배와 이름이 비슷한 수지니
,
날지니 등의 이름을 가진 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
나는
‘
매
’
를 생각하면 백기완 선생님께서 쓰신 소설
‘
장산곶매 이야기
’
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 (
이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자
)
그런데 수지니 날진이 등으로 불리는 매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
여러 가지 문헌을 참고하여 분류해 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수지니
-
새끼 때부터 집에서 사람의 손으로 길들인 매나 새매
.
날지니
-
야생 매
.
해동청
(
海東靑
)
-
수지니 중 깃털에 푸른빛이 나는 것
.
송골매
-
수지니 중 깃털색이 흰 것
.
보라매
-
난 지
1
년이 안 된 새끼를 잡아 길들여서 사냥에 쓰는 매
.
육
(
育
)
지니
-
날지 못할 때에 잡아다가 길들인
,
한 살이 되지 아니한 매
.
산
(
山
)
지니
-
산에서 자라 여러 해가 묵은 매나 새매
.
초
(
初
)
지니
-
두 살 된 매나 새매
.
재
(
再
)
지니
-
두 해 묵어서 세 살 된 매나 새매
.
삼
(
三
)
지니
-
세 살이 된 매나 새매를 이르는 말
.
동작이 느려 사냥에는 쓰 지 못한다
.
초고리
-
작은 매
.
한편
,
고려시대에 몽골이 우리나라를 침략
,
지배하는 시절이 있었는데
,
그때 몽골에서 우리나라에게 사냥용 매
(
특히 해동청
)
를 조공으로 요구하였는바
,
조정에서는 그 조공용 매의 사육과 사냥을 관장하는 관청인
응방
(
鷹坊
)
을 설치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
그리고 매와 관련된 우리말인
‘
수할치
’
와
‘
시치미
’
의 뜻은 아래와 같다
.
수할치
-
매를 부리면서 매사냥을 지휘한 사람
.
시치미
-
①
알고도 모르는 체 하는 말이나 짓
.
②
매의 주인이 자기 주소를 적어 매
의 꽁지 위 털 속에다가 매어 둔 네모진 뿔
.
이미지 출처 :
http://ctbaik.blog.me/140022748545
이제 우리나라의 재야운동가이면서 통일민주화운동에 헌신하고 계시는 백기완 선생님께서 쓰신
(
민중의 삶의 지표를 제시해 민중을 열광시켰던
)
소설
‘
장산곶 매 이야기
’
에 대하여 선생님께서 써 놓으신 글을 옮겨 본다
.
「
우리나라의 중허리 장산곶은 텃새가 거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
대륙의 묏 부리가 바다를 향해 미친 듯이 냅다 뻗히다가 갑자기 허리가 잘리고 거기서부터 깊은 수렁이 생겨 물살이 숨 가쁘게 소용돌이친다
.
따라서 망망대해와 접해 있는 중국대륙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기압골의 변화는 곧바로 장산곶 마루턱에 와 닿아 그곳에 세찬 물살과 함께 풍랑이 조용히 잦을 날이 드물다
.
이리하여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깔이 드세고
,
풀뿌리 나뭇잎 가지가 약한 놈은 견뎌 배기질 못하여 거칠고 우람한 낙락장송만이 살아남아 드높이 우거졌다
.
이 우거진 솔밭에는 유명한 전설이 많다
.
장산곶 사람들이 원래가 성깔이 드세니 갖가지 민란을 일으켰다가 관군에 쫒기면 이 숲속에 숨는데 그럴라치면 도저히 찾을 수 없었고 혹 만용스러운 관군이 숲 속에 한 발길이라도 들여 놓을라치면 금방 칼끝에 녹이 슬어 백발백중 민란의 주역들에게 당했다는 전설이다
.
왜 써보지도 않은 칼끝에 녹이 슬까
?
바로 그 숲 속은 무서운 날짐승
,
매의 서식처였기 때문이다
.
이놈의 사나운 매 중에서도 장수매
(
우두머리
)
는 있는 법이었다
.
이를테면 장산곶매란 이 장수매를 이른다
.
이 장수매는 장산곶 바닷가
,
몇 억년을 두고 요동치는 물결에 시달려 깎아지른 듯 높이 선 벼랑
,
그 바람 찬 절벽에 솔밭이 우거진 어둠침침한 곳에 노상 둥지만 틀고 앉아있는 것이다
.
천리밖에 개미새끼 한 마리의 움직임도 포착한다는 유난히 빛나는 눈매
,
밤송이처럼 뻐그러진 앞가슴
,
사나운 발톱
,
지칠 줄 모르는 칼날 같은 날개
,
여기에 슬기와 용맹을 곁들인 장수매는 이렇게 이상한 성품을 가진 놈이었다
.
좀처럼 숲 속에서 나오는 법이 없는 놈이었다
.
그러나 한 번 날개를 쳐 하늘에 떴다고 하면 천하의 날짐승
,
들짐승들이 겁에 질려 맥을 못 추고
,
사나운 정기가 온 누리에 서려 밭을 갈던 황소가 코에 땀을 흘리고
,
물동이를 이고 가던 아낙이 선채로 굳어버린다는 것이었다
.
그리고 이놈은 꿩이다 산토끼다 주변에 널려있는 자질구레한 먹이는 손을 대는 적이 없다
.
그것들은 제 놈이 거느리는 여타 매에게 주고 자기는 일 년에 꼭 두 번만 사냥에 나서는데 그 사냥터는 조선반도가 아니라 멀리 서해 바다를 넘어 중국 본토요
,
또 하나는 만주의 넓은 들을 넘어 사철 눈이 내리는 곳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지금의 시베리아였다
.
중국 본토는 이른 겨울 그곳의 짐승들이 낟알을 먹고 잔뜩 살이 올랐을 무렵이요
,
시베리아는 한반도에서는 초여름
,
그곳 날짐승 들짐승들이 새싹을 뜯어먹고 기름져 날뛸 무렵이었다
.
여기서 소개하는 줄거리는 매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도 맨 앞부분에 속한다
.
어떤 대목이냐 하면 이 장수매가 수륙만리 넓은 땅으로 사냥을 떠나는 전날 밤 하는 그 놈의 입버릇인
‘
부리질
’
이다
.
즉 이 장수매는 사냥을 떠나는 전날은 그의 사나운 주둥이로 그 놈이 자리했던 둥지와 생활 주변을 밤새도록
‘
딱딱
’
하고 송두리째 까 팽개친다는 것이었다
.
자기 둥지를 깨서 삶의 전의를 새롭게 다지고 그 다지는 소리로 하여 병든 사람을 일으키는
‘
부리질
’
말이다
.
자기 둥지란 지금까지의 오욕의 역사다
.
침략주의와 그 앞잡이들의 문화요
,
그것에 오염된 우리들의 문화경험이다
.
아니 역사의 합리적인 발전지향에 대립되는 째째한 소시민 의식이요
,
개인의 명예와 욕심이다
.
따라서 민족의 자주통일에 대립되는 일제의 분단적 혹은 보수적 가치관일 뿐이다
.
왜 그 짓이었을까
.
제 증조할머니가 설명해 준 바에 의하면 이러했다
.
장수매가 한 번 사냥에 나선다는 것은 그야말로 생명을 건 혼신의 싸움터에 나서는 것이었다
.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온 정성을 싸움에만 두어야지 그까짓 집터에 집착을 하면 어렵다는 것이다
.
그리고 백전백승을 확인하되 설혹 한번 지는 날이면 매의 서식처가 적에게 발각될지 모를 일이요
,
그렇게 되면 어느 때든지 장산곶매의 최후 보루가 위태로워질 것이 두려워 자기 둥지를 남김없이 부셨다는 것이다
.
따라서
‘
부리질
’
은 큰 적과 싸우는 마지막 입질연습이요
,
그
‘
부리질
’
을 통해서 자기의 정신적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
그러다가 만약 여의치 않으며 장수매는 갑자기
‘
부리질
’
을 거두어서 사냥을 포기했다고 한다
.
그렇게 되면 놀라는 것은 매가 아니라 장산곶 사람들이었다
.
조선반도 사람들은 새의 울음소리에 관한 전설을 많이 믿어 왔다
.
아침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요
,
소쩍새가 솟적디 솟적다
...
하면 풍년이
,
그리고 솟뗑 솟뗑
..
하면 흉년이 든다는 식으로
....
그러나 그 곳 사람들은 장수매의
‘
부리질
’
을 더욱 좋아했다
.
왜냐하면
‘
부리질
’
로 밤을 지새운 날이라야 장수매는 사냥을 떠났고
,
그것은 마치 민중이 도약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
이날 장수매가 사냥을 떠나면 병약한 자는 병이 낫고 장가 못간 이는 장가를 들고 또 주인 놈한테 억울함을 당한 머슴은 그날 아침에 난을 일으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전설이 있었다
.
이래서 장산곶 사람들은 장수매의 부리질이 성공리에 끝나고 멀리 사냥에 떠나는 바로 그 순간 덩달아 춤을 추면서 기뻐했다
.
」
<
백기완 선생님의
『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
中
에서
>
위 소설과 관련된 글 한 편 더쓰고 맺는다
.
우리는 저렇게 날아야 해
푸른 창공 저 높은 곳에서
가장 멀리 내다보며 날아갈 줄 알아야 해
우리는 저렇게 싸워야 해
부리질을 하며 발톱을 벼리며
단 한 번의 싸움을 위해 뛸 줄 알아야 해
벼랑 끝 낙락장송 위에
애써 자신의 둥지를 짓지만
싸움을 앞두고선 모둘 부수고
모든 걸 버리고 싸워야 해
내 가슴에 사는 매가 이전 오랜 잠을 깬다
잊었던 나의 매가 날개를 퍼덕인다
안락과 일상의 둥지를 부수고
눈빛은 천 리를 꿰뚫고 이 세상을 누린다
날아라 장산곶매
바다를 건너고 산맥을 훨 넘어
싸워라 장산곶매
널 믿고 기다리는 민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