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바다로 퍼부은 때를 떠올린다
지난여름, 거금도 한적한 고라금 해수욕장에서
바다로 떨어지던 빗방울소리 들린다
물이 물을 때리며 낙하한다, 무수한 물방울들이 물 위로 튕긴다
튕기는 물방울과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잔잔히 부서지며
바다로 몸을 푼다, 물이 물에 섞인다, 물과 물끼리 화음한다
소나기가 바다를 때리면서 제 몸이 튕겨오르는
짧은 그 순간들이 황홀하다, 일대 장관이다
그것은 유리구슬이다, 수많은 물고기들의 영혼이다, 우리 어머니의
눈물이다, 그것은 루마니아 광시곡 1번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의 환원이고, 만남이고, 껴안음이고, 순간 그것은
자비와 자비의, 슬픔과 슬픔의, 그리움과 그리움의, 사랑과 사랑의,
기도와 기도의, 내가 아는 모든 것과 모든 그것의 해후다
귀를 씻으며 바다로 떨어지는 물방울소리, 알몸과 숨결이 섞이며
투명하게 부서져 내리는 그 소리들의 향연!
물과 물이 만나는, 그 물 속에서 물이 되어 바라본,
지금도 거금도 바다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 들려온다
⊙ 발표문예지 : 우이시 2001년 11월호 (161호)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1년11월 ⊙ 작품장르 : 현대시
이인평(李仁平) 장 르 : 시인 Email : lip@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li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