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우이시’ 식구들이 탄 봉고차와 짚차
그 무더운 여름날 새벽
지구의 길을 찾아
길이 없는 서울을 떠났다
우리가 달리기 시작하면 캄캄한 지상에 홀연히
새로운 길이 하나씩 떠올랐다
숨 막히는 서울에서 남해안 녹동까지
녹동 포구에서 문둥이의 섬 소록도까지
파도 위에 엎드려 있는 소록도에서
다시 대문을 열어놓은 거금도까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을 내었다, 우리는
돌아보면
우리가 한세상 사는 것은
길이 사라진 땅 위에 길을 닦는 일
닦아서 반짝반짝 윤을 내는 일
그 길 위를
대상 속의 낙타처럼 지나가는 일
우리는 그렇게
사흘 낮 사흘 밤을 쉬지 않고 달렸다
무릉도원에서 또 다른 무릉도원 속으로
이 세상 최초의 길을 내면서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으로 조금씩 사라져갔다
우리는 잠시 하나의 운명이었다.
2001/8/10일 06시 24분
⊙ 발표문예지 : 문학의 즐거움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1년08월 ⊙ 작품장르 :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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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丁成秀) 장 르 : 시인 Email : chung@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ch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