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빗방울 위로 다투어 떨어지는 은행나무 아래
초가을 한나절 실은 녹동행 버스를 타고 떠났다.
부두가에서 칠십년대 근무처인 이곳
단숨에 달려왔거만 아무도 다른게 없이 그때
그 냄새 나를 기다린듯 시퍼런 강물만 누워 있었다.
사람들은 주섬 주섬 한보따리 거머쥐고
거금도를 향한 쪽으로 도망치듯이 달려간다.
뿌연 가을 안개 사이로 보이는 거금도, 금당도,
초도행, 철선이 무거운 짐들을 실어
올리고 배 밑창 까지 모두 보듬어 지독한
디젤 냄새 성난듯이 뿜어낸다.
푸른 물을 가로지른 여객선은 커다란 입으로 실컷
호흡하더니 검은 머리 노랑머리
사람들을 마구 삼켜 버린다.
입도 크나봐!
소화도 잘 되나봐!
이 거대한 물체를 먹어 치우고 그대가로
그리움이 서려있는 그곳 섬, 섬,
기다림이 가득한 섬, 섬,그곳으로 인도해준다.
사람들은 세상에 거친 숨결들을 짠물에
삭히고 절이려한다.
배밑에서는 여기 저기 엉킨 밧줄이 방해하면
의심 많은 인생을 겁주고있다.
이곳은 나의 섬이다.
두 팔을 짝펴고 바다는 또 다른 섬으로 인도한다.
신의 홀림에 눈뚜껑이 흐려져서 내 눈을 비비며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바다가 좋아 미칠듯이 이곳을 찾아왔지만
내 갈곳은 없다.
젊은 날에는 그리도 즐겁던 이 곳이지만
나이도 또 하나의 섬으로 되어가는지..
저 시퍼런 바다에 수심만 가득
배위에 띄워 보내고
순천행 마지막 버스를 타고 허연 가슴 안고
내 보금자리 찾아서 문을 두드렸다.
⊙ 발표문예지 :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2년10월 ⊙ 작품장르 : 기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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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숙 장 르 : 시인 Email : sis@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s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