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 남쪽 바다에 두고 온 거금도가 자꾸만 그리운 것은 그 섬이 우리들의 옛적 어머니이기 때문 머리카락 한 올 노랗게 물들이지 않은 새카만 머리채 목 뒤로 잘 빗어 넘기고 이쁘게 쪽을 짓고 은비녀 꽂고 수수한 얼굴 그대로 분 바르지 않고 연지 칠하지 않고, 촉촉한 입술 위에 다시 눈썹 그리지 않고, 까아만 눈썹 위에 속눈썹과 눈썹 사이 그늘진 아이새도우 칠하지 않고 순한 눈동자 위쪽에 마스카라 붙이지 않고 귓불 뚫어 귀고리 걸어놓지 않고 하얀 손톱 위에 색칠하지 않고 나뭇잎 같은 연두색 치마를 걸친 어머니 앞치마에 젖은 손 문지르며 우리가 돌아오는 바다를 향해 은은한 웃음 풀어놓으시는 중년의 우리 어머니 그리운 저 거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