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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거금도 ·사람 그리고 우리들만의 축제·1

by 이대의 posted Nov 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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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 ·사람 그리고 우리들만의 축제  
―<우이시> 하계수련회에 다녀와서

◆ 거금도 가는 길


  이제 이름만 들어도 그리운 우이시 시인들. 그들이 있어 문학이라는 먼길을 가는데 두렵지 않다. 그들과 동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게 되어버린 지 오래.  어느새 가족과도 같이 되어버린 우이시 시인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만나 시에 대한 담론을 하고 시낭송 그리고 뒤풀이를 하고. 가끔 전화를 하여 안부하고 때로는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문학이며 사는 일들로 고단한 속을 털어 내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기에 생각만 해도 살갑게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들과 더불어 떠나게 된 우이시 하계수련회.

2박 3일 동안 거금도에서 우리는 함께 하기로 했다.

거금도는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흥반도 도양읍에서 남쪽으로 23km 떨어진 해상에 있다. 녹동항에서 해상 8.9km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큰 섬이다. 적대봉과 용두봉 등 큰 산이 많으나 서쪽과 북쪽은 구릉성 산지를 이루고 있고, 주변에 소록도와 금당도 같은 크고 작은 섬들이 있어 주변 경관이 빼어난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거금도를 7년 전에 <풀밭>동인과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거금도에 관해서는 생소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거금도 행은 그 섬의 토백이인 진일씨가 안내해 주기로 나섰고, 우이동에서 시인을 꿈꾸고 있는 이선용씨가 교량 역할을 하며 많은 도움을 주기로 했기에 그들을 믿고 거금도로 향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설렘이었다.



  8월 6일.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우리 일행은 우이동 솔밭 공원에 모두 모였다. 박희진 시인, 임보 시인, 홍해리 시인, 윤준경 시인, 목필균 시인, 윤정옥 시인, 강성은 시인, 그리고 일산에 사는 변규백 선생님도 그 이른 시간에 벌써 도착해 있었다.

2박 3일 동안 수련회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들과 차안에서 먹고 마실 음료와 술들이 꽤 많았다. 그 물건을 봉고차에 싣고 출발하였다.

우리가 갈 길을 안내할 진일씨를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고, 정성수 시인과 이인평 시인은 '죽암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모든 일행을 만나 남으로 남으로 향했다. 진일씨 차가 맨 앞장서고 이인평 시인의 차가 중간에 서고 이선용씨가 운전하는 렌트카가 뒤를 이어 달렸다. 3대의 차가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무슨 큰 행사를 치르러 가는 그럴싸한 모습이었다. 3명의 운전자들이 마치 연습이나 한 듯이 호흡이 잘 맞았다.

잠깐의 침묵과 끼리끼리의 이야기들. 담담하게 과묵하게 혹은 조잘조잘 소곤소곤 까르르 웃고 어느새 하나가 되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육자배기 가락이 흐르고 우이시 시인들이 많이 애창하고 있는「무명도」를 부르고 결국 뽕짝으로 머물러 한참을 돌다가 우리에게 공개도 안한 변규백 선생님 풍의 빨간딱지(?) 노래로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무더위로 에어컨조차 힘들게 돌아가는 차안은 그렇게 시끄러웠다. 그래도 좋았다, 우리끼리는. 우리들은 수다스런 것부터 빨간딱지 노래 그리고 뽕짝까지 그 어떤 류의 노래도 서로 받아넘기며 즐거워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안주 한 '접시'를 찾고 안주 두 '접시'를 찾고 술잔도 돌고 정신없이 놀며 중간 중간에 쉬기도 하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새 드넓은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가 보이는 것을 보니 우리 1차 목적지인 녹동항이 가까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다를 보고 환호하고 있는데 변규백 선생님이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가슴 절절하게 불러댔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듯이 혹은 아직도 부를 노래가 많이 남았는데, 아니 차안의 여흥이 너무 짧았다는 듯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불러대는 사이 녹동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최남단 고흥반도의 끝자락에 있는 녹동항에 도착한 시간은 예상 보다 2시간이나 빠른 12시 30분이었다.

우리는 진일씨의 안내에 따라 녹동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장어해장국을 먹었다. 장어가 흔해서인지 국물 반 장어 반인 푸짐한 해장국은 색다른 맛이었다. 소주와 곁들여 장어해장국을 먹고 녹동항의 어시장을 구경하고 소록도로 향하는 배를 탔다.



사랑과 희망을 가꾸는 섬, 소록도. 섬 면적은 약 150만평, 해안선 35리의 장정곡포와 백사청송들이 그야말로 절경인 섬이다. 앞으로 세계 속의 해양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란 곳. 그러나 누가 알까? 그 아름다움 속에 슬픔과 좌절과 분노가 있다는 것을.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 그 실상을 소설로 알려주었고 한하운의 '가도 가도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했던 「전라도 길」에서 비극적 극단적인 슬픔을 노래하며 간 바로 그곳. 그러나 이제 소록도는 우리 모두가 사랑의 마음을 갖고 아우린다면 끝없는 좌절과 비탄의 땅이 아닌 희망의 섬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숨막히는 더위를 참아가며 섬으로 들어섰다.  시간 관계상 전체를 둘러보지 못하고 한하운 시비가 있는 중앙공원으로 향했다.  '낮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는 구절이 새삼 가슴 저리게 떠올랐다.

더위를 피해 잠시 그늘에서 쉬었다가 중앙공원을 둘러보고 한하운 시비 앞에 다들 모여 사진을 찍었다. 한하운의 시비에 새겨져 있는 「보리피리」를 읽으며 문둥병이란 천형의 병을 안고 살았을 또 그만큼의 괄시와 멸시를 받으며 살았을 그리하여 그리움마저도 묻어 버렸을 고독과 비탄을 생각하니 새삼 목이 메었다.

문둥병이란  천형도 괴로운데 법 절차 없이 감금당하고 박해받으며 강제 노역을 하여 이룬 당신들의 천국. 그래서 이 섬이 박해받았던 사람들의 천국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가던 길 뒤돌아 녹동항으로 다시 왔다.



우리 일행은 타고 간 3대의 승용차와 함께 거대한 철선에 몸을 싣고 거금도를 향해 떠났다. 육지를 왕래하는 섬 주민들과 많은 피서객들로 가뜩이나 더운 날씨가 더욱 무덥게 느껴졌다. 육중한 배가 출발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우리는 갑판에 올라가 넓은 바다를 보며 흥얼거리고 장난을 치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는 사이 거금도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이 머물기로 한 진일씨의 집을 가기 위해 다시 3대의 차량으로 나눠 타고 숨가쁘게 진일씨의 집에 도착했다. 전에 한 번 와 봐서인지 낯설지 않고 모든 게 익숙했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했다고 반갑게 맞아주는 진일씨의 어머님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친근하게 느껴져서 우리 일행은 편안한 마음으로 그 댁에서 여장을 풀 수 있었다.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시원한 우무콩국을 내놓아 우리는 한 사발씩 마셨다. 우무는 바다 속에 금초라는 해초를 뜯어다 말렸다가 솥에 넣고 과서 묵을 쑤어 국수가락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우무콩국은 그것을 콩국물에 말아서 만든 것이라 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 거금도의 달빛과 우리들만의 축제

거금도의 저녁 바람은 너무도 시원했다. 간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삼삼오오 모여서 집밖으로 나오니 육지에서는 맛보지 못한 바람이 시원하게 몸을 휘감았다. 이것이 바로 섬의 맛이구나 생각하며 약간은 들떠서 마을을 둘러보며 선착장으로 가고 있었다. 헌데 여류 시인들이 갑자기 환호성 비슷한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 멋있어요."

소리를 치며 웃는 곳을 따라 쳐다보니 임보 시인과 홍해리 시인이었다.

정말 멋있다고 해야 하나? 수영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나온 듯 옷이 약간 야해 보였다.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야한 수준은 아니다. 두 분 모두 워낙에 점잔은 분들이라서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만 보다가 조금의 변화를 주어 그렇게 느꼈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웃음은 좀체로 멎질 않았다. 바지가 좀 짧다고 또는 섹시하다는 (필자가 보기에는 전혀 안 그래 보였지만)둥 순박한 소년 같다는 둥 여러 가지 비유가 쏟아졌다. 옷차림이 조금 짧아졌다고 여류 시인들이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아마도 그 두 분이었기에 좋아했을 것이다. 두 분은 그 칭찬인지 감탄인지 모르게 던지는 말에 조금은 쑥스러운 듯 태연한 듯이 다가와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조금은 즐거운 듯이.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나름대로 멋있어 보였다.

그 옷매무새에 대한 예찬(?)도 잠시, 바닷바람에 취하고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바다가 우리 일행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선착장에 모여 바다를 바라보고 구름 속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잠시 아무도 말이 없었다. 자연의 계시를 받는 듯, 거대한 자연의 말을 듣는 듯… 그것은 번개와도 같은 고요였다. 잠깐의 침묵과 다시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정담들이 시작되었다. 다소 흥분하여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어둠이 바다 저편에서 밀려올 무렵, 저녁 식사를 하라는 전갈이 왔다. 그러나 모처럼 만에 대하는 청정해역의 자연을 두고 가기가 아까운 듯 선착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냥 이곳에서 식사를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일씨와 이선용씨가 술과 안주를 싸 가지고 왔다. 언제 준비했는지 모르지만 커다란 문어를 삶고 놀래미회와 삶은 낙지, 세발낙지, 마늘, 풋고추, 그리고 양념장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우리는 깔아주는 돗자리에 삥 둘러앉았다. 술잔이 돌고 너나들이하며 안주를 먹었다. 좋았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어둑어둑한 풍경들 그리고 얼굴만 마주쳐도 좋은 사람들이 함께 술을 마시니 더 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맛 처음이야."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들이 즐겁게 터져 나왔다.

맛을 보고 술도 한두 잔 권하다가 잠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약간 어둑한 저편 바다에서 많이 본 듯한 분이 배를 타고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진일씨 작은아버지였다. 거금도의 소리꾼인 진양동씨.

예전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 그리고 검은 얼굴. 전형적이 섬사람 모습 그대로였다.  선착장에 배를 대는 모습이 너무도 능수능란했다. 반가웠다.

  "반갑소. 참으로 오랜만이쇼이."

  인사하는 나를 보고 반갑게 대해 주고 잠깐만 기다리라는 듯이 배 바닥의 뚜껑을 열고 붕장어가 담긴 망태기를 들고 우리에게로 왔다. 진일씨에게 회를 떠서 우리 서울 사람들에게 대접하라고 전해 주었다. 그리고는 우리 우이시 시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진양동씨는 술이 얼쩡해 있었다. 동네에 잔치가 있어서 거기서 술 마시고 놀다가 우리에게 횟감이라도 주려고 왔다고 했다.

진일씨가 붕장어를 움켜쥐고 회를 뜨려고 하는데 파뜩이는 힘에 회를 제대로 뜨지 못하자 이를 본 그는 몸부림치는 붕장어가 들어 있는 망태기를 시멘트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래도 꿈틀거리자 다시 한번. 잔인해 보였지만 우리에게 주려는 마음이 고마웠다.

필자는 그에게 노래 한 자락을 부탁했다. 전에 왔을 때, 장구 치며 구성지게 노래 부르던 생각이 나서였다. 대중 가요도 장구 장단으로 기가 막히게 맞춰 놀던 그 모습이 선해서였다. 또한 그때 그 노래는 혼자 듣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노래였고 이곳에 와서 우리 일행들에게 그 분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는 집에 있는 장구를 가지고 와서 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자의 손을 잡고 오랜만에 왔으니 우리 집사람도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인사도 드릴 겸해서 따라 가본 집에는 아들 손자 사위들이 다 와서 있었다. 여름 휴가를 이곳으로 온 모양이다. 장인 어른 오셨다고 반갑게 인사하는 데도 섬사람 특유의 투박하고 무뚝뚝한 말투로 "왔는가"하고는 장구를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는 반갑다고 맞이하고는 우무를 두 사발 가지고 나와 건넸다. 역시 고소한 맛이 그만이었다. 선착장에서 기다리는 일행을 생각해서 급하게 먹고 장구를 메고 나왔다. 선착장으로 가며 만나는 사람마다 "저리 놀러 오쇼. 내 놀아볼라요."하며 자랑스럽게 갔다.

선착장은 환했다. 하늘에 달빛이 있고 멀리에 가로등이 있고 무엇보다도 이선용씨가 차량을 뒤로 빼어 서치라이트로 불 밝히고 있어 환했다. 저녁 식사를 그새 내왔는지 저녁을 먹으며 우리를 반겼다. 우리 일행은 약간 술기운이 올라 있었다.

기대 속에 진양동씨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장구를 서너 번 흥겹게 두드리더니 트로트 쪽에서 요즘 그래도 뜬다는 '꽃을 든 남자'를 불렀다. 장구를 치면서.

장구 장단에 맞춰 노래 부르는 소리가 색다른 맛이었다. 우리는 그 박자에 맞춰 들썩들썩 어깨춤을 추며 장단을 맞췄다. 필자는 대중가요보다도 민요를 듣고 싶어 다시 떡타령이란 노래를 신청했다. 거침없이 떡타령을 불렀다. 흥겨운 가락이 선착장 주변을 들썩이게 했다. 동네 구경꾼들도 몰려왔다. 우리도 질세라 노래를 불렀다. 우이동 시낭송이 끝나고 뒤풀이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느새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서로 손잡고 흔들어 대는가 하면 누가 보던 안 보던 휴지를 이용해 살풀이춤을 추는 이도 있었다. 참 잘도 논다. 보기만 해도 흥겨워 앉아 술이나 마시고 있는 필자를동네 분이 일어나 춤추라고 보챘다. 젊은 사람들이 잘 놀아야 재미있는 거라고 팔을 잡아끌었다. 마지못해 일어서 박수만 치다가 다시 앉았다. 술맛이 절로 나서 술을 마시고 권했다. 돌아가면서 노래를 하는 사이 우리가 조금 뜸들이고 있으면 가차없이 진양동씨가 노래를 부르는 통에 우리는 노래할 기회도 빼앗기곤 했다. 그래도 부를 노래들은 다 불렀다.

'바다가 들썩 바다가 들썩 바다가 들썩 우이동서 놀다가 거금도서 노니 바다가 들썩

하늘이 들썩 하늘이 들썩 하늘이 들썩 혼자 놀다가 여럿이 노니 하늘이 들썩'

참말 그랬다. 어디에서 이렇게 놀아 보았을까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놀았다.  

우리는 진도아리랑을 돌아가면서 주고받으며 마무리를 했다.

우리가 놀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진일씨 집으로 왔다.

벌써 자정이 되었다. 놀다 만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아 놀던 이야기들로 시시덕거리며 씻을 채비를 하는데 시에 대한 특강이 있다고 옥상으로 올라오라 했다. 달빛이 깔려 있는 옥상에 돗자리를 깔고 모기향을 여러 개 피워놓고 둘러앉았다.

박희진 시인의 특강이었다. 詩歷이나 연륜이 워낙 커서 감히 범접하지 못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많이 가까워졌고 너무도 편안한 분이란 걸 알았다. 놀 때도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는 중용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의 모습에는 노송의 모습이 있어 그의 특강도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우리는 너무도 진지하게 특강을 경청했다. 운명적으로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삶과 시에 대한 견해 그리고 시창작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 필자는 시가 정말 무엇이길래 저토록 일생을 다하여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난 연후에 매운탕과 술을 마시면서도 그 여운은 떠나지 않았다. 새삼 세월을 정지해 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담론이 끝나고 우리 일부는 진일씨 집에서 자고 일부는 진병일씨 집에서 자기로 했다. 필자는 진병일씨 집으로 갔다. 시골집의 넓은 목욕탕에서 서로 씻고 우리는 달빛이 하도 좋아 뜨락에서 달빛을 감상하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일들. 우리들만의 축제였다. 함께 하지 못한 우이시 시인들이 떠올랐다.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걸… 우이시 우이시 우이시 우이시 나도 모르게 생각났다. 여기 함께 한 우이시 시인들과 오늘 하루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 발표문예지 : 우이시 2001년 9월호 (159호)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1년09월   ⊙ 작품장르 : 문학기행


이대의
장 르 : 시인
Email : ldu@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l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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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이시> 하계수련회에 다녀와서 - 이 대 의 ◆ 아침 바다와 고라금 해수욕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거금도의 새벽은 고요했다. 창문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사방은 조용했다. 바다 냄새가 묻어 있는 바람이 우리가 자고 있는 마루방으로 쑤시고 ...
    Date2002.11.06 Category문학기행 By이대의 Views7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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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거금도 ·사람 그리고 우리들만의 축제·1

    거금도 ·사람 그리고 우리들만의 축제 ―<우이시> 하계수련회에 다녀와서 ◆ 거금도 가는 길 이제 이름만 들어도 그리운 우이시 시인들. 그들이 있어 문학이라는 먼길을 가는데 두렵지 않다. 그들과 동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
    Date2002.11.06 Category문학기행 By이대의 Views7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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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갯벌의 아내

    -거금도 3 크게 들리지 않게 쉽게 보이지 않게 바지락 참꼬막 백합들이 부시럭대는 소리 땡볕이 따갑게 밟히는 소리까지 내 몸처럼 알고 있다 다리품을 팔아 바다를 건지는 하루 짠내의 늙은 아내 허리가 휘도록 갯물에 먹이를 풀어내고 있다 ⊙ 발표문예지 : ⊙...
    Date2002.11.06 Category현대시 By배경숙 Views8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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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바다를 끌고 가는 아이

    - 거금도 2 가느다란 팔다리는 태양이 뼈대를 세워주고 갯바람은 마른 등을 쓸어주나 보다 종일 물질한 양식들이 너무나 친숙한 아이 물이 드는 때를 맞춰 엄마를 마중한다 병중의 형을 걱정하는 멀어져 가는 대화 주저앉을 듯한 엄마의 다리를 어린 강단으로 ...
    Date2002.11.06 Category현대시 By배경숙 Views8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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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밤을 건너며

    -거금도 1 가만 가만 뒷자락을 밟는 해감내 상처를 씻고 씻어내고 몹시도 앓아온 명치끝으로 검게 타 가슴이 보이는 피멍에 엉긴 물빛 퍼붓는 달빛 창백한 손 밤을 건너 바다에 빠지는 음울한 너의 야화夜花 ⊙ 발표문예지 : ⊙ 수록시집명 : 사랑할 때 섬이 된...
    Date2002.11.06 Category현대시 By배경숙 Views8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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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No Image

    내 마음의 섬

    . 2001/8/16일 22시 55분 ⊙ 발표문예지 : 문학의 즐거움 ⊙ 수록시집명 : ⊙ 수록산문집명 : ⊙ 수록동인집명 : ⊙ 발표일자 : 2001년08월 ⊙ 작품장르 : 현대시 정성수(丁成秀) 장 르 : 시인 Email : chung@poet.or.kr 홈페이지 : http://www.poet.or.kr/chung ###...
    Date2002.11.06 Category현대시 By정성수(丁成秀) Views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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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우리가 사는 것은

    이 나라의 ‘우이시’ 식구들이 탄 봉고차와 짚차 그 무더운 여름날 새벽 지구의 길을 찾아 길이 없는 서울을 떠났다 우리가 달리기 시작하면 캄캄한 지상에 홀연히 새로운 길이 하나씩 떠올랐다 숨 막히는 서울에서 남해안 녹동까지 녹동 포구에서 문둥이의 섬...
    Date2002.11.06 Category현대시 By정성수(丁成秀) Views8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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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거금도 - 觀

    소나기가 바다로 퍼부은 때를 떠올린다 지난여름, 거금도 한적한 고라금 해수욕장에서 바다로 떨어지던 빗방울소리 들린다 물이 물을 때리며 낙하한다, 무수한 물방울들이 물 위로 튕긴다 튕기는 물방울과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잔잔히 부서지며 바다로 몸을 ...
    Date2002.11.06 Category현대시 By이인평(李仁平) Views10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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