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 헷갈리는 우리말
우리 인간들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의든 타의든 여러 가지 행사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보통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아니다. 먼저는 초대할 손님을 정하여 초청장을 보내고 그 초대한 손님의 참석 여부에서부터 의전(참석한 손님의 영접, 좌석배치와 소개순서, 인사말 대상자 선정 그리고 식이 끝난 다음의 배웅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하나라도 실수가 있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그 행사는 사회자의 “지금으로부터 00식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먼저 내·외빈 소개가 있겠습니다.」로 시작되는데 이 멘트를 듣고 나서 언짢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지금으로부터’가 잘못 쓰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는 현재 시점에서 어느 과거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갈 때 사용하여야 한다. 즉,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와 같이 말이다.
반대로 현재 시점을 말할 때의 옳은 표현은 ‘지금부터’이다.
곧, “지금부터 00식을 시작하겠습니다.”가 옳은 표현인 것이다.
다음 잘못된 것은 ‘내·외빈’이다.
이 식순에 들어 있는 ‘내·외빈’은 아마 내빈과 외빈을 줄여서 쓴 말 같은데 내빈은 누구이고 외빈은 누구란 말인가?
그 식순을 만든 사람은 내빈을 內賓으로, 외빈을 外賓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일반적으로 내빈(來賓)은 ‘모임이나 행사에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고 온 사람.’을 말한다. 곧, ‘초대 손님’인 것이다. 그런데도 내빈을 소개한다면서 그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의 장 이하 간부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다시 실질적인 來賓은 外賓으로 둔갑되어 소개가 되는 것이다. 곧 내빈을 內賓으로 잘못 생각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빈(賓)이 손님을 뜻하는 한자어임에랴 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外賓은 또 맞는 표현이다.
곧, 來賓과 外賓은 외부에서 온 손님이란 맥락에서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알고 넘어갈 것은 「내·외빈 소개」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며 「내빈 소개」가 바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말은 헷갈려 잘못 쓰이고 있는 예들이 많다.
윗글과 맥락은 다르지만 ‘아버님/어머님’도 잘못 쓰이고 있는 단어의 대표급에 속한다.
보통 살아 계신 부모님을 호칭할 때, 어릴 때에는 '어머니(엄마), 아버지(아빠)'라고 부르며, 성장 후에는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준 화법 해설”에서도 '어머님/아버님'은
① 돌아가신 부모님을 조부모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지칭할 때와
② 살아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할 때에 쓴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살아 계신 부모님을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호칭, 지칭하는 것은 잘못인데도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는 것이 높여 부르는 것으로 잘못알고 사용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하여 여기에 「아버지/어머니에 대한 호칭」을 올리니 참고하기 바란다.
곧, 「아버지에 대한 호칭」은
아버지 : 자기 아버지를 직접 부를 때와 남에게 말할 때
아버님 : 남편의 아버지를 직접 부를 때와 남에게 그 아버지를 말할 때
애비 :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그 아버지를 말할 때, 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 기를 말할 때
아빠 : 말을 배우는 어린이(초등학교 취학 전)가 아버지를 부를 때
어르신네 : 남에게 그 아버지를 말할 때
가친(家親) : 남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말할 때
춘부장(春府丈) : 남에게 그 아버지를 말할 때
현고(顯考) : 축문이나 지방에 자기의 죽은 아버지를 쓸 때
선고/선친(先考/先親) : 자기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남에게 말할 때
선대인/선고장(先大人/先考丈) : 남에게 그의 죽은 아버지를 말할 때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호칭」은
어머니 : 자기의 어머니를 직접 부를 때와 남에게 말할 때
어머님 : 남편의 어머니를 직접 부를 때와 남에게 그 어머니를 말할 때
에미 :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그 어머니를 말할 때, 또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자 기를 말할 때
엄마 : 말을 배우는 어린이(초등학교 취학 전)가 어머니를 말할 때
자친(慈親) : 남에게 자기의 어머니를 말할 때
자당(慈堂) : 남에게 그 어머니를 말할 때
현비(顯妣) : 축문이나 지방에 자기의 죽은 어머니를 쓸 때
선비(先妣) : 자기의 죽은 어머니를 남에게 말할 때
선대부인(先大夫人)ㆍ선모당(先慕堂) : 남에게 그의 죽은 어머니를 말할 때
헷갈리다(=헛갈리다) : ① 정신이 혼란스럽게 되다. ② 여러 가지가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다.
잘못 쓰이고 있던 '지금으로부터'와
'아버님/어머님'이 내내 나를 씁쓸하게 하였는데
오늘에야 그 짐을 벗는 것 같아 홀가분하다.
중추절의 더위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
웃통을 벗은 채 속 썩이는 안방의 컴에게
사정을 하곤 한다.
제발 제발 빨리 좀 반응하라고........
(사무실 컴은 성능이 최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