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화 : 보추
별(Star)은 꿈이자 희망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들은 밤하늘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을 하나씩 가슴에 않고 꿈을 이루려고 노력한다고 하는데 과연 나의 별은 어떤 것일까?
이렇게 꿈을 이룬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명한 사람들을 ‘스타’라고 부르며 칭송하였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스타(꿈을 이루는 사람)라고 부르는가?
운동선수들은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요, 군대에서는 장군이 되는 것, 대기업에서는 이사가 되는 것 등등 사회의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사람들은 모두 스타인 것이다.
그럼 바둑계에서는 어떠한 사람들이 스타일까?
우리나라 바둑계의 스타들을 살펴보면 한국 현대바둑의 아버지인 조남철을 필두로 영원한 국수 김인이 그 뒤를 이었고 조금 후에 제비 조훈현과 된장바둑 서봉수, 그리고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의 뒤를 이어 돌부처 이창호가 천하를 평정한다. 뒤이어 타도 이창호를 외치며 나타난 섬 소년 이세돌과 독사최철한 및 박영훈 등이 등장하여 이창호의 아성을 위협하다가 현재는 이세돌이 권좌를 차지하여 천하를 호령하고 있는데 또 어떤 걸출한 기객이 나타나 이세돌을 무너뜨리고 천하를 양분할 것인지?
현재 우리나라의 프로기사 숫자는 257명이며 그 중 여자가 47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위에 열거된 사람들 중에는 여자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여자 기사들의 실력은 남자기사들에게 조금은 뒤진다는 게 정설이다. 기사랭킹만 봐도 박지은(78위), 루이나웨이(79위), 조혜연(86위) 등이 100위권 내에 들뿐이다.(2011년 7월 현재)
어떻게 생각하면 바둑의 특성상 남자들보다는 섬세한 여자들이 더 잘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여자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바둑에의 입문이 늦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의 이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올해 한국바둑계에서 최고의 화제인물로
떠오른 ‘15세 소녀 최정’이라는 프로초단을 소개한다.
최정은 1996년생으로 유창혁 도장에서 바둑을 공부하고 2010년에 입단하여 올해 처음으로 지지옥션배 여자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지지옥션배는 남자 시니어팀(45세 이상) 12명과 여자팀 12명이 출전하여 연승전(승자가 계속 상대팀 선수와 겨룸)으로 진행되는데 최정은 여자팀 첫 번째 선수로 출전한다. 시니어팀 첫 상대는 속기의 달인 서능욱 9단. TV대국이 처음인 최정은 예상을 뒤엎고 어렵게 승리하는데 이 후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8연승!
최정의 칼날에 베인 시니어팀 선수의 단위는 저 유명한 서봉수 9단을 포함하여 무려 65단!(9단이 6명, 7단 1명, 4단 1명)
초단이, 그것도 프로초년생이 소녀가 저 쟁쟁한 고수들을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베어 넘길 때마다 우리의 바둑계는 마냥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9연승에 도전하였지만 초반 포석에 실패하여 무대에서 내려온 최정은 “아직은 (져도) 잃을 게 없어 무식하게 싸웠다.”며 “부족한 게 너무 많지만 내년에는 세계타이틀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또한 가장 존경하는 기사로 중국의 철녀 루이나웨이를 꼽으면서 “기풍을 떠나서 그분이 걸어온 바둑의 삶을 저도 밟고 싶어요. 지금도 저에겐 밤하늘의 별 같은 존재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이창호 기사처럼 세계적인 기사가 되어 한국 여자바둑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다.”라고 어른스럽게 말하는 최정 같은 소녀들이 진정한 이 시대의 스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최정 같이 보추가 있는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흙 속에 숨어 있는 진주들을 발굴하여 갈고 닦아 그네들이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리 어른들의 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직 그러하지 못한 나의 마음이 조금은 답답해진다.
보추(步趨) -①큰 걸음과 잰걸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②발전해 나가는 속도 또는 전진해 나가는 속도.
어렸을 때
윗 어른이 조금은 버릇이 없는(?) 아랫 사람을 나무랄 때
'보초대가리 없는 놈!'이라고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말을 막연히 좋지 않은 의미로만 알고 있다가
알게 된 단어가 위 제목인 보추다.
곧, 우리는 보초대가리가 있어야 좋은 것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와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