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 보람
오늘 소개하고자하는 단어인 보람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보람 - ①약간 드러나 보이는 표적. ②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게 하기 위하여 표를 해둠. 또는 그런 표적. ③어떤 일을 한 뒤의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
대부분의 사람들은 ③의 풀이는 알고 있을 것이나, ①과 ②는 조금 생소할 것이다. 나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①의 풀이는 아직 형상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②의 풀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공통된 신은 하얀 고무신이었다.
그 하얀 고무신을 요즈음은 많이 신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만드는 공장이 없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즐겨 찾는 카페인 거금도닷컴 → 금중 → 2회 방 → 37번 글(칠월, 보이지 않는 격려)의 댓글 12번에 달그림자님이 올려놓으신 사진을 보면 법회에 참석하신 수백 명의 스님들의 신들이 댓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그 많은 신들이 하나같이 하얀 고무신임을 보니 아직까지는 고무신공장의 명맥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그 하얀 고무신이 아니고 그 많은 하얀 고무신 중에서 자기의 신을 헷갈리지 않고 찾는 방법인 것이다.
일일이 한 짝 한 짝을 신어 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바로 우리가 예전에 검정 고무신을 신을 때 ×표 내지 ○표, 또는 △표 등으로 표시했었던 추억이 있듯이 위 사진속의 신들도 스님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표식을 하여 놓은 것을 볼 수 있었으니 그게 바로 ‘보람’인 것이다.
현대에 와서 우리가 이 보람이 가장 많이 하는 경우가 바로 비행기로 여행을 할 때이다. 즉, 여행 가방을 일일이 들고 탑승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방은 수화물로 취급하여 화물칸에다 싣게 되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자기의 가방을 빨리 찾는다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빙빙 돌아가는 수하물 수취대(Baggage Claim)에 올려 있는 가방들은 하나같이 모양이 비슷비슷하여 어느 것이 내 것인지 분간하기가 쉽지가 않으니 이럴 경우 바로 자기만이 아는 독특한 보람을 하여두면 쉽게 찾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여 이야기할 것은 요즘의 장례식장이나 음식점 등에서 주인들이 ‘신발 분실 주의!’라고 경고성 문구를 써 붙인 것을 보면 그런 곳에서도 좋은 신발을 몰래 바꿔 신고 가는 사례가 있는 모양이다. 꼭 나쁜 마음으로 바꿔 신고 가지는 않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바꿔 신고 가는 사례도 있었다.
나의 경우 서울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밤차를 타고 광주엘 와야했기 때문에 조금 빨리 모임자리에서 빠져 나왔다. 그런데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이상하게 신이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술기운에 ‘발이 부었나?’ 생각하고 개의치 않았는데 다음 날 휴대전화기에 문자가 들어왔다. ‘신발 바뀐 사람 연락 요’라고 보낸 발신자의 전화번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자 친구인 〇〇이의 것이었다. 우연히도 같은 회사에서 만든 같은 모형, 같은 색깔의 신을 신고 우리는 모였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다 장례식장이나 음식점 등에서 절대로 자기의 신을 분실하지 않을 방법을 제시하니 그대로 시행하여 볼일이다.
그 방법은 신을 벗어 한 짝은 신발장의 맨 위 칸 오른쪽에, 다른 한 짝은 신발장의 맨 아래 칸 왼쪽에 넣어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혹 당신이 술에 취해 한잠을 자고 나오더라도 당신의 신은 의기양양하게 그 자리를 저 홀로 지키면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설 연휴에는 컴이 없는 곳에서 사느라고
연휴가 끝난 후에는 본연의 업무인 부가가치세 신고대행으로 바빠서
이제(신고 마감 후)야 우리말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