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 발맘발맘
제주여행을 하다보면 필수적인 코스가 잠수함을 타 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 마라도잠수함을 타고 수심 30m까지 내려가 보았다. 바다 속도 육지와 같이 계곡이 있어 고저가 있고 땅(모래)이 있으며 생물이 살고 있다. 한편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 비티아스해연(마리아나해구지역)은 수심이 11,034m이며 에베르스트산의 높이는 8,848m이고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Km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들을 어떻게 측정할까?
바다의 깊이는 음향측심법이라고 하여 소리를 이용해서 측정하며, 산의 높이는 삼각함수 내지는 전파의 속도를 이용하며, 거리는 빛의 속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한다. 태양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보면 빛의 속도가 30만Km/s이고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도달하는 시간이 8분 20초 정도라고 하니 30만Km×500초=150,000,000Km로 계산되는 것이다.
이렇듯 과학이 발달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라고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들은 우리가 직접 몸으로 체감하지 않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만 할 뿐이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식들의 키가 얼마나 컸는지, 나의 몸무게가 얼마나 늘었는지가 주요 관심사였으며, 학교나 직장까지의 통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의 각 가정에는 줄자와 체중계 등을 필수적으로 비치되어 있지만 우리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에는 돼지 등을 팔 때 무게를 재려고 각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평형저울 외에는 어떠한 계량기기도 볼 수 없었다. (참, 초등학생용 삼각자와 30Cm 대나무 잣대 및 해태 결속용 작은 저울은 집집마다 있었지!)
몸무게와 키는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대충으로만 알았고, 새끼 등의 길이도 ‘한 발, 두 발, 곤 백 발’이면 다 통용되었었다.
딱히 자가 없을 경우에 길이를 잴 때는 뼘을 이용했으며, 땅에다가 삼팔선, 비행기휘꼬끼⁽¹⁾, 배구코트 등 놀이용 선을 그을 때는 발걸음으로 대강 재면 모두 오케이였다.
이렇게 발걸음으로써 거리를 재는 모양을 ‘발맘발맘’이라고 한다.
이제는 다시 그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겠지만 요즈음도 이따금 사무실 등을 계약할 때 면적을 계산하기 위하여 발걸음으로 재보는데 그것은 그렇게 잰 결과가 실제의 길이와 거의 틀리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경우 혹시 기왕에 취득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으로 부동산중개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발걸음으로 재거나 목측을 할 기회가 많아질까!
이런 비슷한 방법으로 뼘이나 팔로써 길이를 재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재는 것을 ‘뼘다’와 ‘밞다’라고 한다. 이 밞다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으니 사전을 참고하기 바라며, 글의 소재와는 거리가 멀지만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을 뜻하는 ‘발밤발밤’이라는 단어를 소개하고 마친다.
⁽¹⁾비행기히꼬끼 : 비행기 모형을 그려놓고 공격 팀이 목적지까지 도달해야 이기는 아주 과격한 놀이로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이다. 그런데 ‘히꼬끼’는 자체로 비행기 를 뜻하는 일본어인데 왜 이렇게 앞에다 비행기를 넣어 이중으로 불렀는지는 모 른다.
발맘발맘 : ①한 발씩 또는 한 걸음씩 길이나 거리를 가늠하며 걷는 모양.(아까 ~ 간 감으로는 조금 어찌어찌 걸으면 호텔로 돌아올 수도 있었을 텐 데.) ②자국을 살펴 가며 천천히 쫓아가는 모양.(우리는 골짜기를 내려와 목탁 소리를 따라 발맘발맘 걸었다.)
발밤발밤 :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공터에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해서 바람도 쐴 겸 발밤발밤 나가 보았다. / 아무 말씀 없이 나오셔서 늦도록 아니 오시기에 발밤발밤 나오는 것이 여기까지 나왔지요.)
뼘다 : 뼘으로 물건의 길이를 재다.(식탁의 길이와 폭을 뼘어 보았다.)
장뼘 :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한껏 벌렸을 때의 길이. 곧, 일반적으 로 사용하는 뼘을 이름.)
쥐뼘 : 짧은 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한껏 펴서 벌렸을 때의 길이이다.
지뼘 :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한껏 벌린 거리.
고흥에서 차를 몰고 금산으로 가다보면 '금산 몇 Km'라는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금산의 어디를 깃점으로 하여 표지판을 만들었을까 생각해 봤다.
국도 27번 종점인 오천항? 아니다. 표식된 거리가 너무 짧다.
거금대교가 끝나는 금진항? 그것도 아니다. 표식된 거리가 너무 길다.
그럼 금산의 중심지인 면사무소 앞? 글쎄, 그렇지는 않을 것인데!
그래서 나는 그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메터기를 0으로 놓고 차를 몰아 보았다.
딱 도로 표지판에 적힌 숫자가 메터기에 찍힌 곳은
바로 금산중학교 뒤의 삼거리(로터리로 만들어진)인 돌고개였다.
정확한 것은 도로표지판을 관리하는 곳에 물어 봐야겠지만 그게 맞는 것 같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