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 망고
요즘에도 설날이나 정월 대보름날이면 연을 날리는 광경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을 하긴 하지만 연을 날리는 곳이 시골이 아니라 도회지의 특정 지역이 대부분이다.
또한 연도 어릴 적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날렸던 그런 순수한 연이 아니라 전문가가 많든 화려한 연이 대부분인 것 같다.(하기야 그런 연들이 예부터 전해오는 진짜 연인지도 모르지만)
방송에 나오는 연자세⁽¹⁾도 초등학교 국어책에나 나오는 그런 것들로 과연 실용성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우리가 사용한 얼레는 ㅛ자 모양의 자루 위에 오이 모양의 나무를 달아 하늘 높이 떠 있어 쉽게 당겨지지 아니한 연의 실을 감을 때(얼레의 양쪽 끝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쥐고서 앞으로 돌린다. ㅛ자 위의 오이 모양의 나무는 회전을 쉽게 하기 위하여 조금 무겁게 하였다.) 참 편리했었는데 말이다.
연륜이 깊은 연자세는 손잡이가 잘 닳아져 번들번들 검게 윤이 나고 매끌매끌 잘도 돌아갔다.
연줄은 한 타래가 약 200여 미터로 보통 한 타래를 연자세에 감아서 사용했는데 어떨 때에는 두 타래를 이어서 쓰기도 하였다. 누가 더 멀리 더 높이 띄우는가가 연날리기의 진수였으니까 말이다.
연을 높이 띄우기 위해서는 연줄을 풀어주다가 멈추고서 연줄을 잡아 제치고 또 풀어주다가 멈추고 연줄을 잡아 제치는 것을 반복하면서(이렇게 하는 것을 ‘꼬드기다’라고 한다) 바람의 세기와 연줄의 풀어줌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연이 어느 정도 하늘 높이 올라가면 연줄을 풀어주기만 하여도 되었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공중바람 탔다!’라고 했는데 이렇게 연줄을 풀어주기만 할 때는 연자세의 한쪽을 연이 떠 있는 쪽으로 내밀면 연줄이 자동적으로 풀려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풀어준 줄을 ‘통줄’이라고 한단다.
연자세에 감겨져 있는 연줄을 전부 풀어주어(이렇게 연줄을 전부 풀어주는 것을 ‘망고’라고 한다) 하늘 높이 올라간 그 연은 육안으로는 움직임조차도 식별하지 못하였는데, 그것이 마치 별처럼 보인 것 같다고 하여 별박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한편 연날리기 중의 한 놀이로 연싸움이란 것이 있다.
이 연싸움은 연을 높이 띄어 놓고 상대방과 연줄을 서로 맞대어 누구의 연줄이 오래 견디는가를 겨루는 것인데 자기의 연줄에 밥풀 등을 발라(밥풀이 마르면 딱딱해진다) 강하게 하여 겨룬다. 최명희 님의 대하예술소설인 ‘혼불’을 보면 강모의 연줄에 사기그릇을 빻아 만든 것을 붙이는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 이렇게 연줄을 강하고 질기게 하기 위하여 연줄에 붙이는 것을 ‘개미’라고 한다.
삶의 질곡에 휘둘려 내 아들 녀석하고는 연날리기를 자주 할 수 없었으나 다음다음에 그 아들 녀석이 나을 손자 녀석과는 내가 직접 만든 연을 같이 날리며 ‘망고!’하고 외쳐보고 싶은 나의 꿈은 너무나 현실성이 없는 꿈일까?
(2010년 초가을에. 가을에 연 이야기라니 참 생뚱맞기도 하다!)
⁽¹⁾연자세 : 얼레의 사투리
꼬드기다 - ①연 놀이를 할 때, 연이 높이 올라가도록 연줄을 잡아 젖히다. ②어떠한 일을 하도록 남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다.
망고 - ①연을 날릴 때에 얼레의 줄을 남김없이 전부 풀어 줌. ②살림을 전부 떨게 됨 ③어떤 것이 마지막이 되어 끝판에 이름.
통줄 - ①연을 날릴 때에, 얼레 머리를 연이 떠 있는 쪽으로 내밀어 계속 풀려 나가게 한 줄. ②따로 목줄을 매지 아니하고 원줄에 바늘을 바로 매단 낚싯줄.
별박이 - 높이 오르거나 멀리 날아가서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종이 연.
개미 - 연줄을 질기고 세게 만들기 위하여 연줄에 먹이는 물질. 사기나 유리의 고운 가루를 부레풀에 타서 끓여 만든다.
정확히 5일 후이면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다.
설 연휴기간 중 34만 명이 해외로 나가고
3,148만 명이 귀성을 한다는 보도다.
다들 따뜻하고 풍요로운 설이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