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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 방망이

by 달인 posted Jan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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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방망이

 

 

내가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망이는 빨래를 하는 빨래방망이도 아니요 다듬이질을 하는 다듬이방망이도 아닌, ‘금 나와라, 똑딱!’하면 금이 나오고 은 나와라, 똑딱!’하면 은이 나오는 도깨비방망이도 아니며, 남자의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야구방망이도 아닌 아주 신기한 방망이다.(신기하다는 것은 나도 이번에야 이런 방망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뜻이다.)

 

나는 메모하기를 즐긴다.

초등학교시절에 검사한 IQ가 두 자리 숫자에 불과한 나(아이고, 두야!)로서는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 뭐든지 생각나면 그때그때 메모를 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메모장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는 담뱃갑과 손바닥, 심지어는 화장지까지도 메모지 역할을 해야 한다.

휴대전화기를 이용하면 좋았을 터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글자판이 작은 휴대전화기로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글자판을 누르면 두 개가 한꺼번에 눌러져 이도 저도 아닌 엉터리가 되어버려 메시지 보내는 것을 포기해 버렸었다. 그게 안타까웠는지 작년에 딸네미가 전화기를 교체하여 주어 이제는 마음대로 메시지를 보내곤 하지만 그로 인하여 15년 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사용한 전화번호가 바뀌었으니 그것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대가였다.

 

작년 세무사자격시험장에 가면서 소위 말하는 커닝 페이퍼를 두 장 준비했었다. 백여 개의 주제 중 네 개의 주제가 출제되는 시험에 두 개의 주제를 정리한 것이다.

물론 내가 준비한 커닝 페이퍼의 주제들이 시험에 출제되리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파트라고 강조되는 부분들이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그것들을 가장 적은 용량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 그 자체가 공부인 셈이다.

 

이번에 우리말을 정리하다가 아래와 같은 방망이의 사전적 풀이를 발견했던 순간의 짜릿함이란! (우째 이런 일이!!!!!!)

방망이 - 어떤 일에 대하여 필요하고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을 간추려 적은 책. 시험을 치를 때에 부정행위를 하기 위하여 글씨를 잘게 쓴 작은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

 

한편, 적바림이란 좋은 우리말이 있다.

적바림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 둠. 또는 그런 기록, 쉽게 말하면 요즘의 메모를 말하는 것이다.

항상 사진기와 메모장을 가방에 넣고 다니신다는 만화가 허영만 선생이 언젠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에 얼핏 떠 오른 영감이 있어 급하게 적바림해야겠는데 그 가방을 놓고 왔는지 필기구가 없어서 식탁 위에 있는 티슈를 메모지로, 초장을 잉크로, 젓가락을 펜으로 하여 적바림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예술가들은 적바림을 생활화하며 온갖 것들이 메모장이 되곤 한다. 심지어 손바닥, 손등까지도.

 

이번 추석 때,

금진 선착장에 있는 가게에서 금산의 기관장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금산면장도 참석한 관계로 우리와 같은 출향 향우들이 금산의 발전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이나 금산면장에게 바라는 일이 주요 화두였는데, 그때 ○○○ 면장은 우리가 하는 말을 바로바로 수첩에 메모하였다. 그러한 마음자세가 바로 공무원의 기본자세라고 배워왔으면서도 그 장면을 직접 보니 매우 흐뭇하였다. 바로 그것이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한 적바림인 것이다.

 

나는 나이를 먹어 가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퇴보해 가는 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예 필기구를 완비한 가방을 항상 들고 다닌다. 가방을 들고 갈 상황이 못 되는 경우에는 봄, 여름, 가을에는 호주머니가 많이 달린 조끼를 입고, 겨울에는 점퍼를 입으면 필기구를 준비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도 저도 아닌 정말 급할 때는 위에서 말한 대로 담뱃갑, 손바닥 그리고 손등에다가도 적바림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어떠한 경우에도 돈(지폐)에다는 적바림을 하지 않았다.

 

'전화가 와서 적바림해 뒀다.' '시장 갈 때는 꼭 적바림해라!'처럼 쓰면 되니 우리도 이제부터는 메모라는 단어보다 훨씬 보기도 좋고 듣기도 좋고 쓰면 조금은 유식해 보이기도 하는 적바림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으면 한다.

(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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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달인 2012.01.11 15:12

    이런 류의 글을 계속 여기에다 연재하는 것이 관연 옳은지 회의가 든다.

    물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지라 할 말은 없지만................

  • ?
    달인 2012.01.11 18:03

    운영자님,

     

    신천지릴게임인가 뭔가 하는 글 좀 삭제하여 주십시요.

  • profile
    운영자 2012.01.11 18:53
    달인 님에게 달린 댓글

    스팸로봇이 남겨 놓은 흔적을 이제서야 확인을 했습니다.

    스팸로봇 ip를 전부 삭제했더니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네요. :)

     

    팁) 우리말 게시판은 예전부터 무적님께서 관리자로 지정되어 있으니,

    무적님 아이디로 로그인 하시면 스팸글은 자유롭게 삭제하실 수 있답니다.

    제가 남긴 이 댓글도 무적님 아이디로 삭제할 수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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