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 물수제비
여러분은 영화나 티브이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강가를 걷다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져 있는 남자가 손아귀에 들어오는 조그맣고 납작한 조약돌을 집어 들고 허리를 비스듬히 숙여 강으로 돌팔매질을 하면 그 돌은 물위를 ‘통통통통통~~~~’ 튀어가다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광경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얼굴 가득히 수심이 찬 여자주인공이 어린 여자 아이를 데리고 강가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무심코 손에 잡힌 조약돌을 힘없이 강물에 던지는 광경도 보았을 것인데 그 조약돌은 소리도 희미하게 스며들듯 물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 던진다는 똑 같은 두 행위가 던지는 사람의 의식과 방법에 따라 그 의미가 너무나 다르니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하는 남자의 돌팔매질(이렇게 던지는 것을 물팔매라고 한다)은 사랑을 쟁취한 자의 환희요, 승리자의 여유로 힘찬 물수제비를 만들지만,
어린 아이 앞에서 하는 슬픈 주인공의 돌팔매질은 안타까움의 발로이자 무언의 체념으로 물둘레를 만들고는 이내 스러져 버리는 것이다.
던지는 힘이 같다면 얼마나 얇고 둥근 돌을 사용하느냐와 어떤 각도로 던지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이 물수제비뜨는 것을 섬(바닷가)에서 살았던 우리 금산 사람은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여, 슬픈 주인공이 던지는 조약돌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던지는 조약돌이 힘차게 날아가 끝없이 통통통통통~~~~거리듯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이 끝없이 이어져 연인 앞에서 또는 가족들 앞에서 힘차게 물팔매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물수제비란 단어를 소개한다.
기왕 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물결과 관련된 단어를 몇 개 더 검토하기로 한다.
이 글의 머리말에서도 썼듯 소년 시절의 나는 남해의 그 반짝이는 윤슬과 물비늘을 바라보면서 육지를 향한 미래를 꿈꾸었으며,
이따금 몰려오는 태풍에 너울을 이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몰려온 거센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물보라를 이루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배웠다고나 할까!
한편, 배를 타고가면서 볼 수 있는 물띠와 물이랑 및 「고기가 떼 지어 모이는 곳에서 이는 물결.」이라는 ‘뉫살’이라는 단어도 재미있기에 소개하고 맺는다.
물팔매 - 납작한 돌멩이 따위를 던져 물 위를 튀기면서 멀리 가게 하는 일.
물수제비 - 둥글고 얄팍한 돌을 물 위로 튀기어 가게 던졌을 때에, 그 튀기 는 자리마다 생기는 물결 모양.
물수제비뜨다 - 둥글고 얄팍한 돌을 물 위로 담방담방 튀기어 가게 던지다.
물둘레 -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질 때 동그라미를 그리며 이루는 물무늬.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물비늘 - 잔잔한 물결이 햇살 따위에 비치는 모양을 이르는 말.
물보라 - 물결이 바위 따위에 부딪쳐 사방으로 흩어지는 잔물방울
너울 - 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
물띠 - 배가 지나갈 때 배의 추진기에 의하여 생긴 물거품이 띠처럼 길게 뻗은 줄기.
물이랑 - 배 따위가 지나는 길에 물결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줄줄이 일어 나는 물결.
뉫살 - 고기가 떼 지어 모이는 곳에서 이는 물결.
어제
우리말 겨루기 400회 특집으로 왕중왕전이 있었는데
왕중왕에 등극한 사람이 마지막 상금을 걸고 푸는
십자말 풀이 2번 문제에 위 글에 실려있는 '돌팔매'가 나왔다.
방송 중에 역대 우승자들을 잠깐잠깐씩 비춰주는데
나의 모습이 상당시간(약 5초간) 나와 기분이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