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 대우
오늘날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자족률이 쌀을 제외하고는 30% 이하라고 한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하고 새마을노래가 마을 확성기에 울려 퍼지는 70년대에는 80% 정도! 어쩌고 하였는데 말이다.
그때 당시의 우스개이야기 하나.
전국의 각 면사무소에서는 식량 자급자족률을 높이기 위하여 각 농가의 논두렁에 콩 심기를 적극 권장하였다. 이른바 ‘논두렁 콩 심기 추진 운동’이다.
그리고 그 추진 실적을 상부에다 보고해야 했다.
군부가 통치하는 시절인지라 모든 것을 줄 세우기 잣대로 평가를 받다보니 (그런데 이러한 실적위주의 통치술은 작금의 행정부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해마다 실적을 부풀려서 보고를 해야만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부풀리기도 한도가 있지!
어느 해부터는 그 보고서의 논두렁에 콩을 심은 면적이 논의 면적보다 많아졌다는 웃지 못 할 기사를 신문에서 본 사실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하기야 컴퓨터가 발달한 지금 시절에도 말단 하급기관(읍, 면, 동)의 인구통계가 가공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실정이니 말해서 무엇하랴마는.(하기야 그 이유가 옛날과는 전혀 다르다. 지금은 인구가 적으면 기구를 축소하여 예산이 부족하게 책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유권자의 수를 조작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믿거나 말거나이다)
각설하고
지금도 작물을 심는 밭의 이랑이랑 마다에 콩이나 팥 따위의 심는데 우리는 그것들을 ‘머드러기’(녹두, 돈부 ,팥 등의 총칭)라고 하였다. 이렇게 ‘봄에 보리, 밀, 조 따위를 심은 밭의 이랑이나 이랑 사이에 콩이나 팥 따위를 드문드문 심는 일’을 대우라고 한단다. 또한 우리가 사투리로 사용했던 머드러기라는 말은 아래의 뜻을 지닌 버젓한 표준어였으니 새삼 우리말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머드러기 - ①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②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한편 논밭은 한 번의 농작물을 수확하고 나면 지력을 높이기 위하여 쟁기질을 하는데 논은 모내기가 시작되는 봄철에 하지만 밭은 그루갈이 때문에 그때그때 하여야 한다.
우리 금산의 밭은 당시 보리와 고구마의 이모작이 주였기 때문에 보리를 베어내고 나면 즉시 쟁기질을 하였는데 이 쟁기질은 앞에서 말한 지력을 높이기 위함과 고구마를 심을 두둑을 만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왜 내가 이런 설명을 하느냐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던 두둑이나 이랑 등을 확실하게 알고 사용하기 위함이다.
두둑과 이랑 등의 사전적 풀이를 먼저 살펴보자.
두둑 : ①밭과 밭 사이에 길을 내려고 흙으로 쌓아 올린 언덕.
②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 물갈 이에는 두 거웃이 한 두둑이고 마른갈이나 밭에서는 네 거웃이 한 두둑이다. (=이랑)
거웃 : 한 방향으로 한 번, 죽 쟁기질하여 젖힌 흙 한 줄. 양방향으로 한 번 씩 쟁기질하여 두 번 모으거나 양방향으로 두 번씩 쟁기질하여 네 번 모아서 한 두둑을 짓는다.
고랑 :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을 ‘이랑’에 상대하여 이 르는 말.
이랑 : ① =두둑.
②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
위 내용을 좀 더 알기 쉽게 풀이하여 보면
두둑은 밭과 밭의 경계를 말하기도 하고(①의 풀이), 고구마를 심기 위하여 두둑하게 쌓아 만든 곳(②의 풀이)을 말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만들기 위하여는 최소 두 거웃이 필요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랑은 두둑과 두둑 사이의 홈이 진 곳을 말하며, 이랑은 이따금씩 두둑②와 같은 의미로도 쓰이지만 보편적으로는 두둑②와 고랑을 합하여 통칭하는 단어인 것이다.
쟁기질로 고구마를 캐던 늦은 가을날,
품앗이로 같이 일한 여러 사람들과 두둑에서 마셨던 막걸리가 생각난다.
구랍 12월 13일에 녹화하였던 우리말 겨루기(패자부활전)가
오늘 방송되었다.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막상 방송이 되고나니 시원섭섭하다.
이젠 정말 방송에서 다짐했던 달인세무사가 되어야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