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4화 : 희아리

by 달인 posted Dec 26,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4: 희아리

 

 

 

요즈음도 이따금 물 먹인 소를 잡다가 적발되었다라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이렇게 소 장수가 소의 배를 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억지로 풀과 물 을 먹이는 짓각통질이라 하는데, 나는 소 장사를 해 보지 않았으므로 각통질을 해 본 사실도 없거니와 직접 목격한 경험도 없으나 그런 각통질과 비슷한 보고 겪은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런 행위들이 다 먹고 살기 위한 한 방편이었다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치부를 목적으로 했다면 좀 ???!)

 

 

첫 번째 : 복어에 돌 넣기

 

 

1970년도 초반.

누렇게 보리가 익어가기 시작한 5월쯤이면 우리 마을 앞 바다는 복어낚시로 북새통을 이룬다. 서해에서 살던 복어가 동해로 이동해 간다나(?)

이동 사유 및 경로는 전문가가 아니니 정확히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복어가 우리 마을 앞을 지나가고 그 복어를 낚기 위한 사람들로 연홍에서 금당도 인근까지는 복어낚시배로 꽉 찬다는 것이다.

나도 그곳에서 딱 한 번 복어낚시를 해 본적이 있는데 이게 낚시라기보다는 숫제 트위스트 춤에 가까웠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낚싯줄 끝에다가 낚시를 다는 것이 아니라 발이 세 개인쇠갈고리를 달아 복어 떼가 지나가는 길목에다가 그 갈고리를 빠뜨리고서 시울질을 하는데 그 시울질이 쉬운 것이 아니라 온 몸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 참을 그렇게 트위스트 춤 아닌 춤을 추다 보면 하고 묵직하게 걸려드는 것이 있는데 이게 바로 지나가는 복어가 갈고리에 찍히는 감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복어가 내 것이 된 것은 아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늘어뜨린 낚싯줄은 바다 속에 얽히고설켜 있는데 그 속을 무사히 헤쳐 나와야만 진정한 나의 복어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어가 낚이는 순간부터 아주 재빠르게 낚싯줄을 당겨야 한다. 나의 경우 딱 한 번 복어가 물렸는데 낚싯줄을 빼는 솜씨가 아무래도 서툴러서 복어가 남의 낚싯줄에 얽혀 결국은 놓쳐버렸다.

 

이때 낚은 복어는 수출회사에서 파견한 사람과 현장에서 무게 단위로 거래가 되는데 사람들이 복어의 무게를 늘리기 위하여 복어 배에다 자갈을 넣는다는 것이다.

얼마라도 값을 더 받으려는 먹고 살기 위한 행위였다고 이해했으면 한다.

 

 

두 번째 : 고춧가루에 소금 넣기

 

고춧가루가 금추가루라는 말을 낳았던 1978년 가을.

〇〇 부근에 있는 관구사령부 산하 급양대(각 부대에 쌀과 된장을 제외한 각종 부식을 배급하는 부대)에서 군대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급식과장으로부터 괴상한 명령을 받았다. 고참 병장으로 고추 빻는 것을 감독하고 있는 나에게 한가마니의 소금을 갖다 주며 고추에 골고루 넣어서 빻으라는 아주 괴상한 명령!

나중에 알고 보니 고추에 소금을 넣으면 무게가 늘어난다나!

어디 그 뿐인가!

맵지는 않지만 색이 아주 빨간 고추를 남아메리카 어디에선가 조금 들여와서 탄저병으로 누렇게 색이 바랜 우리 국산고추(이런 고추를 희아리라고 한다)와 섞어서 빻아 정상적인 고춧가루인 것처럼 만들어 배급했던 기억들이 씁쓸하다.

의무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일개 사병이 어찌 장교의 명령을 어길 수 있었겠는가마는 아직도 이러한 기억들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는 것은 부당한 명령을 당당하게 거부하지 못했던 내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었다는 죄책감이 아직까지 나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지 않나 하여 여기에서 죄송합니다!’하고 사죄한다.

 

 

세 번째 : 할머니의 무화과는?

 

나는 20009월부터 20013월까지 충청남도에 있는 홍성세무서 서산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무슨 좋지 못한 일로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이유로 일시 귀양을 간 셈이다.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 갯마을이라는 노랫말에서나 들어 봤던 서산엘 나의 애마로 집사람과 같이 처음 가보는데 왜 그리나 멀고 험하던지!

그러나 거의 다섯 시간동안 차를 몰아 도착한 그곳은 노랫말에서 나오는 그런 갯마을이 아닌 시청뿐이 아니라 검찰청 지청이 있고 세무서 지서가 있는 당당한 시가지였다. 서산에서 만리포 해수욕장까지는 약 40Km쯤 될까?

 

한편 당시는 토요일에도 반일 근무를 하였다. 그해 가을 어느 토요일에 오전 근무를 마친 나는 어서 빨리 집에 가자하고 바쁜 마음으로 차를 운전하고 오는데 지금은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찾아가려 해도 찾아 갈 수가 없는 어느 시골의 2차선 국도의 주변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를 파는 움막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포도를 조금 사려고 차를 천천히 몰면서 탐색을 하다가 70세가 조금 넘었을 성 싶은 할머니 두 분이 팔고 계신 곳에서 차를 멈추었다.

어머니와 같은 이런 할머니들이 설마 속이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한 박스를 사 왔는데 역시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았다.

그 할머니들도 생산된 포도를 팔아야만 할 이유가 분명히 있었겠지만 내가 사가지고 온 포도는 반 정도가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

 

희아리 : 약간 상한 채로 말라서 희끗희끗하게 얼룩이 진 고추.

  • ?
    달인 2011.12.26 15:00

    기억을 더듬어 살을 붙이고

    또 지웠다가 다시 쓰고

    몇 번이나 교정을 해 보지만

    아직은 내 마음을 꽉 채우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랴.

    이게 나의 한계인 것을!

     

     

     

     

?

  1. 제12화 : 감똥1

    제12화 : 감똥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슨 꽃일까? 진흙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이 물들지 않아 화중군자(花中君子)라고 불리는 연꽃? 화중신선(花中神仙)으로 불리는 해당화? 찬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고고하게 핀 국화? 그것도 아니면 그 청초함으...
    Date2012.01.04 By달인 Views3734
    Read More
  2. 제11화 : 들메1

    제11화 : 들메 고무신. 그것도 태화고무 타이어표 검정고무신!(내 기억이 맞나???) 아버지들은 하얀 고무신을 신었는데 우리들은 한번 신으면 발이 커서 맞지 않을 때까지 신어야 했던 질기디 질긴 검정고무신. 우리는 초등학교시절 내내 이 검정고무신을 산 ...
    Date2012.01.03 By달인 Views3893
    Read More
  3. 제10화 : 대우1

    제10화 : 대우 오늘날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자족률이 쌀을 제외하고는 30% 이하라고 한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하고 새마을노래가 마을 확성기에 울려 퍼지는 70년대에는 80% 정도! 어쩌고 하였는데 말이다. 그때 당시의 우스개이야기 하나....
    Date2012.01.02 By달인 Views3929
    Read More
  4. 제9화 : 대궁1

    제9화 : 대궁 나의 경우 어린 시절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거의가 가난이라는 주제가 흐르는 것 같다. 하기야 어디 나뿐이랴! 5~60대의 우리나라 사람들 중 가난을 모르고 풍족하게 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35년간(흔히들 일제치하를 36년이라고 말하는데 ...
    Date2011.12.31 By달인 Views3134
    Read More
  5. 제8화 : 쫀뱅이 낚시1

    제8화 : 쫀뱅이 낚시 요 몇 년 동안 우리 거금도 부근에서 보이지 않아 멸종되었나 싶었던 쫀뱅이가 재작년부터인가 녹동 활어공판장에 나타나서 하도 반가웠다. 쫀뱅이는 붉은 흑갈색이나 배 쪽은 희며, 몸에 비해 머리가 크고 눈도 뒤룩뒤룩 크다. 또한 가시...
    Date2011.12.30 By달인 Views4169
    Read More
  6. 제7화 : 모숨1

    제7화 : 모숨 우리 금산과 같이 농․어업을 생업을 삼았던 곳의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계절은 어느 계절일까? 다른 마을은 몰라도 겨울에 김을 하는 우리 쇠머리마을은 아무래도 여름철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하여 여름철이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계절이라는...
    Date2011.12.29 By달인 Views3550
    Read More
  7. 제6화 : 감풀1

    제6화 : 감풀 우리 금산 사람들은 거의가 바다를 생활의 근거지로 삼았기에 물때의 영향을 아니 받을 수 없어 물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바다와 바로 접해 있는 우두마을 출신이므로 어느 누구 못지않게 그 물때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자부한...
    Date2011.12.28 By달인 Views3316
    Read More
  8. 제5화 : 물질1

    제5화 : 물질 해녀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해산물을 따는 일을 ‘물질’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이 물질을 해녀들이 많다는 제주도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우리 쇠머리 앞 바다에서도 심심치 않게 물질하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으니……...
    Date2011.12.27 By달인 Views2950
    Read More
  9. 제4화 : 희아리1

    제4화 : 희아리 요즈음도 이따금 ‘물 먹인 소를 잡다가 적발되었다’라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이렇게 「소 장수가 소의 배를 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억지로 풀과 물 을 먹이는 짓」을 ‘각통질’이라 하는데, 나는 소 장사를 해 보지 않았으므로 각통질을 해...
    Date2011.12.26 By달인 Views2509
    Read More
  10. 제3화 : 가대기1

    제3화 : 가대기 각 부두에는 항운노조라는 것이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의 준말로 근무하는 회사와 대립되는 개념인데 항운노조의 경우 근무하는 회사가 없이 근무하는 사람들로만 조합을 결성하였으니 그 상대는 결국 하역회사가 될 것이다. 곧, 선주나 화...
    Date2011.12.25 By달인 Views3450
    Read More
  11. 제2화 : 마중물1

    제2화 : 마중물 아직 수도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1960년대. 우리가 유학하고 있는 광주 등 도회지의 식수원은 펌프로 퍼 올리는 지하수가 주였다. 물론 당시에 차츰차츰 수도설비를 하고 있어서 우리가 자취를 하고 있는 집에도 수도는 설비되어 있었다. 그...
    Date2011.12.24 By달인 Views3282
    Read More
  12. 제1화 : 뚜껑밥2

    <쓰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달리 우리말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과 최명희 님의 ‘혼불’을 만나고부터 더욱더 우리말에 매료되었다. 그리하여 ‘전라도 사투리 모음’을 필두로 ‘재미있는 속담들’, ‘순우리말 모음’에 이어 ...
    Date2011.12.23 By달인 Views42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