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3화 : 가대기

by 달인 posted Dec 25,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3: 가대기

 

 

 

각 부두에는 항운노조라는 것이 있다.

노조노동조합의 준말로 근무하는 회사와 대립되는 개념인데 항운노조의 경우 근무하는 회사가 없이 근무하는 사람들로만 조합을 결성하였으니 그 상대는 결국 하역회사가 될 것이다. , 선주나 화주는 배에다가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을 하역회사에 위탁하고 그 위탁을 받은 하역회사는 행정적인 일만 처리하고 실제로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은 항운노조가 전담하고 있는 구조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운노조를 직접 상대해 본 일이 없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영화나 소설 등에서 보면 그 단체의 힘이 아주 막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니 그 단체보다 그 단체의 장인 조합장의 힘이 막강하다고 할까!

반면 조합원인 노동자들은 작업 순서에 따라 일을 배당받는데 예전의 영화나 소설 속에서와 같이 등짐을 지고 갑판을 오르내리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요즈음은 대부분 컨테이너를 이용하여 짐을 싣고 내리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직접 등짐을 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없다.

 

각설하고,

아직 해우¹를 시작하기 전의 쇠머리 늦가을의 오후.

우리 더벅머리 청년들은 광장에 혹은 막걸리 판에 끼리끼리 모여서 모처럼의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이때 마을 공동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이 있으니

", ! 청년회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빼깽이²를 실을 배가 막 도착했습니다. 한가마니에 ○○원씩 하기로 하였으니 청년회원들은 이 방송을 들은 즉시 광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늦가을에 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는 상태가 좋은 것은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집에다 보관하고 나머지는 빼깽이로 만들어 파는 것이 연례 행사였다. 이 빼깽이는 공판을 거쳐 마을공동창고에 보관되어 있는데 이것들을 싣고 갈 배가 왔으니 옮겨 실어야 한다는 안내방송인데 그 옮겨 싣는 삯이 한가마니에 ○○○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우리 청년회에서 도맡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합동으로 일을 하여 우리 청년회의 공동경비를 마련하곤 하였는데 이렇게 마련된 돈은 해우가 끝난 이듬해에 우리 청년들의 봄나들이 경비로 사용되곤 하였다.(봄나들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밝힌 적이 있으므로 생략한다).

이렇게 창고에서 배로 어떤 짐을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을 '가대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부락 청년들이 공동으로 하지 않고 각자가 각각의 일한 만큼의 삯을 받는다면 어떻게 했을까?

분명 배에 있는 감독자가 한 가마니, 한 가마니를 실을 때마다 그것을 메고 온 사람에게 어떤 증표를 주어 일이 다 끝난 다음에 삯을 계산했을 것이다. 이렇게 나중에 삯을 계산하기 위하여 인부에게 일한 만큼의 증거로 준 증표를 만보라고 한단다.

그러나 지금은 시골에 청년들도 남아있지 않고 예전같이 고구마도 많이 심지 않아 광장에 있었던 우리 마을 공동창고도 없어졌으니 가는 세월이 하 수상하기만 하다.

 

한편, ‘벽이나 담 따위에 임시로 덧붙여 만든 허술한 건조물.’을 순우리말로 까대기라고 하는 것을 밝히며 맺는다.

 

¹해우 : ‘의 전라도 사투리. 완도, 고흥, 진도 등 김이 생산되는 지역에서 많이

사용함. 김을 한자로 海苔라고도 쓰는데 이것도 잘못이라고 함.

²빼깽이 : 절간고구마(切干--- : 얇게 썰어서 볕에 말린 고구마)의 사투리. 또한

빽배기라고도 하였음.

 

 

가대기 - 창고나 부두 따위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따위의 무거운 짐을 갈고리에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만보 - 노동판에서 인부에게 한 가지 일을 할 때마다 한 장씩 주어 나중에 그 수에 따라 삯을 치르게 된 표.

 

  • ?
    달인 2011.12.25 22:07

    감기기운이 있어 종일 집안에만 있으려니 많이 답답하다.

     

    지금쯤 석교 해안에서 바라보는 거금대교의 불빛을 빨아드린

    바다는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겠지.

     

?

  1. 제12화 : 감똥1

    제12화 : 감똥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슨 꽃일까? 진흙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이 물들지 않아 화중군자(花中君子)라고 불리는 연꽃? 화중신선(花中神仙)으로 불리는 해당화? 찬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고고하게 핀 국화? 그것도 아니면 그 청초함으...
    Date2012.01.04 By달인 Views3734
    Read More
  2. 제11화 : 들메1

    제11화 : 들메 고무신. 그것도 태화고무 타이어표 검정고무신!(내 기억이 맞나???) 아버지들은 하얀 고무신을 신었는데 우리들은 한번 신으면 발이 커서 맞지 않을 때까지 신어야 했던 질기디 질긴 검정고무신. 우리는 초등학교시절 내내 이 검정고무신을 산 ...
    Date2012.01.03 By달인 Views3893
    Read More
  3. 제10화 : 대우1

    제10화 : 대우 오늘날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자족률이 쌀을 제외하고는 30% 이하라고 한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하고 새마을노래가 마을 확성기에 울려 퍼지는 70년대에는 80% 정도! 어쩌고 하였는데 말이다. 그때 당시의 우스개이야기 하나....
    Date2012.01.02 By달인 Views3929
    Read More
  4. 제9화 : 대궁1

    제9화 : 대궁 나의 경우 어린 시절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거의가 가난이라는 주제가 흐르는 것 같다. 하기야 어디 나뿐이랴! 5~60대의 우리나라 사람들 중 가난을 모르고 풍족하게 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35년간(흔히들 일제치하를 36년이라고 말하는데 ...
    Date2011.12.31 By달인 Views3134
    Read More
  5. 제8화 : 쫀뱅이 낚시1

    제8화 : 쫀뱅이 낚시 요 몇 년 동안 우리 거금도 부근에서 보이지 않아 멸종되었나 싶었던 쫀뱅이가 재작년부터인가 녹동 활어공판장에 나타나서 하도 반가웠다. 쫀뱅이는 붉은 흑갈색이나 배 쪽은 희며, 몸에 비해 머리가 크고 눈도 뒤룩뒤룩 크다. 또한 가시...
    Date2011.12.30 By달인 Views4169
    Read More
  6. 제7화 : 모숨1

    제7화 : 모숨 우리 금산과 같이 농․어업을 생업을 삼았던 곳의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계절은 어느 계절일까? 다른 마을은 몰라도 겨울에 김을 하는 우리 쇠머리마을은 아무래도 여름철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하여 여름철이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계절이라는...
    Date2011.12.29 By달인 Views3550
    Read More
  7. 제6화 : 감풀1

    제6화 : 감풀 우리 금산 사람들은 거의가 바다를 생활의 근거지로 삼았기에 물때의 영향을 아니 받을 수 없어 물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바다와 바로 접해 있는 우두마을 출신이므로 어느 누구 못지않게 그 물때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자부한...
    Date2011.12.28 By달인 Views3316
    Read More
  8. 제5화 : 물질1

    제5화 : 물질 해녀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해산물을 따는 일을 ‘물질’이라고 한다. 요즈음은 이 물질을 해녀들이 많다는 제주도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우리 쇠머리 앞 바다에서도 심심치 않게 물질하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으니……...
    Date2011.12.27 By달인 Views2950
    Read More
  9. 제4화 : 희아리1

    제4화 : 희아리 요즈음도 이따금 ‘물 먹인 소를 잡다가 적발되었다’라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이렇게 「소 장수가 소의 배를 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억지로 풀과 물 을 먹이는 짓」을 ‘각통질’이라 하는데, 나는 소 장사를 해 보지 않았으므로 각통질을 해...
    Date2011.12.26 By달인 Views2509
    Read More
  10. 제3화 : 가대기1

    제3화 : 가대기 각 부두에는 항운노조라는 것이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의 준말로 근무하는 회사와 대립되는 개념인데 항운노조의 경우 근무하는 회사가 없이 근무하는 사람들로만 조합을 결성하였으니 그 상대는 결국 하역회사가 될 것이다. 곧, 선주나 화...
    Date2011.12.25 By달인 Views3450
    Read More
  11. 제2화 : 마중물1

    제2화 : 마중물 아직 수도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1960년대. 우리가 유학하고 있는 광주 등 도회지의 식수원은 펌프로 퍼 올리는 지하수가 주였다. 물론 당시에 차츰차츰 수도설비를 하고 있어서 우리가 자취를 하고 있는 집에도 수도는 설비되어 있었다. 그...
    Date2011.12.24 By달인 Views3282
    Read More
  12. 제1화 : 뚜껑밥2

    <쓰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달리 우리말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과 최명희 님의 ‘혼불’을 만나고부터 더욱더 우리말에 매료되었다. 그리하여 ‘전라도 사투리 모음’을 필두로 ‘재미있는 속담들’, ‘순우리말 모음’에 이어 ...
    Date2011.12.23 By달인 Views42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