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 모숨
우리 금산과 같이 농․어업을 생업을 삼았던 곳의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계절은 어느 계절일까?
다른 마을은 몰라도 겨울에 김을 하는 우리 쇠머리마을은 아무래도 여름철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하여 여름철이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계절이라는 것이지 바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여름철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김발과 발장⁽¹⁾을 엮는 일인데 김발은 남자들이 엮지만 발장은 주로 여자들이 엮는다. 발장을 엮는 것을 우리는 ‘발장 친다.’ 라고 했는데 초등학생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발장을 쳐야만 했다.
보통 한 집 당 일 년에 필요한 발장의 수량이 2,000 내지 3,000장 정도인데 2,500여 장 정도가 필요한 우리 집에서도 예외 없이 누나들과 우리 형제들이 발장을 쳐야 했다. 그 중 남자로는 내가 가장 많이 쳤던 것 같다.
내가 엄마와 함께 발장을 칠 때는 서로 번갈아가며 띠⁽²⁾를 한 모숨씩 떼어 주는 방법으로 발장을 쳤었는데 그 영향이었는지 뒷날 엄마는 무슨 일이거나를 막론하고 나하고 할 때가 가장 손발이 잘 맞았다고 하셨다.
나중에는 발장을 치는 기계가 보급되어 손으로 발장을 치는 속도보다 서너배가 빨라져서 띠를 한 모숨씩 떼어 주는 풍경은 볼 수가 없어졌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어린 자식들에게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협업이 무엇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조그마한 교훈이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는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였을 게다.
한편, 김발을 엮기 위하여서는 굵은 새끼줄이 필요했다.
지금은 나일론에 밀려 그 자취도 희미해진 새끼줄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조금 가느다란 새끼는 직접 손으로 직접 꼬았으나 김발을 만들고 설치하는데 쓰이는 굵은 새끼는 기계로 꼬았었다.
이 굵은 새끼를 꼬는 기계(‘새끼틀’이라고 한다)는 발로 페달을 밟으면서 나팔모양으로 생긴 두 개의 구멍에다가 검불 등을 제거하여 잘 다듬어진 벼 짚을 번갈아서 넣게 되어 있는데, 얼마나 고르게 넣는가가 중요하다.
꼬아진 새끼는 빙빙 돌아가는 틀 안에 차곡차곡 사리어져 그 틀이 다 차면 한 번을 마치고 새로이 새끼 꼬기를 시작한다.
여기에서 ‘차곡차곡 사리어진 그 한 틀’을 고팽이라고 하는데, 표준국어사전에서는 고팽이를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고팽이 - 새끼나 줄을 사리어 놓은 한 돌림. 또는 그 단위.
세월의 흐름에 따른 김 양식 기술의 발달로 댓가지 김발은 사라지고 나일론 김발이 등장하더니 그나마 이제 우리 금산에서는 김 양식을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우니 이러한 물건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마는가 싶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돌기’라는 것이 있으니 이는 「로프나 실 따위가 헝클어지지 아니하게 빙빙 둘러서 둥그렇게 포개어 감은 뭉치. 또는 그런 뭉치를 세는 단위」를 말한다. 요즘은 로프나 실 따위의 모든 상품이 ‘돌기’의 형태로 거래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¹⁾발장 : 마른 김을 만들 때, 잘게 썬 엽체를 물에 섞어 종이 모양으로 만드는데 쓰는 발.
⁽²⁾띠 : 발장을 만드는데 쓰이는 기다란 마른 풀.
모숨 : ①한 줌안에 들어 올만 한 길고 가느다란 물건. ②길고 가느다란 물건이 한 줌안에 들어 올만 한 수량, 또는 그 수량을 세는 단위.
한번씩 이쁜 손으로
격려성 댓글을 달아 줄만도 한데
다들 바쁜지 읽고만 가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