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 대궁
나의 경우 어린 시절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거의가 가난이라는 주제가 흐르는 것 같다.
하기야 어디 나뿐이랴!
5~60대의 우리나라 사람들 중 가난을 모르고 풍족하게 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35년간(흔히들 일제치하를 36년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그 치욕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간을 과장해서 쓴 것이다, 정확히는 경술국치일인 1910년 8월 29일부터 해방일인 1945년 8월 15일까지이니 35년이 맞다)의 일제의 식민지하에서 수탈당하고, 또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일구느라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네 부모 세대의 사람들 중 밥이라도 양껏 먹을 수 있었던 사람이 또 몇이나 되었을까?
그래도 한반도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우리 거금도의 섬사람들 중에서 ‘굶어 죽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 그것은 ‘김’이라는 특산품이 주었던 천혜의 혜택이었나 보다.
그 어려웠던 시절, 우리들은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면 밥을 다 먹지 말고 조금 남겨라.’고 교육받았다.
그 이유인즉, 뜻하지 않는 손님이라도 오는 날이면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한 사람의 밥은 없단다. 식구 수에 꼭 맞게 밥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식사를 준비한 그 사람은 다음 식사 때까지 굶을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남의 집에 뜻하지 않게 손님으로 가기 되면 자기가 먹던 밥을 남겨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우리네의 삶의 냄새가 흠뻑 풍기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렇게 먹다가 남기는 그 밥을 대궁이라고 한다.
대궁 - 먹다가 그릇에 남긴 밥.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냥 위와 같이만 풀이되어 있는데, 가난했지만 남을 배려하는 옛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이 깃든 단어이기에 기왕의 주제인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잘 표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위즈덤 하우스’가 쓴「배려」라는 책의 소개말을 올리니 이 좋은 가을날에 독서삼매에 빠져보는 것도 영혼을 살찌우는 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책 소개말>
주인공 '위'는 수석으로 입사하여 회사 내에서 고속 승진을 계속하던 인물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리대상으로 지목받는 프로젝트 1팀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혼란에 빠진다. 거기다 그를 못 견뎌하며 집을 나간 아내는 이혼서류를 보내온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야. 이건 너무 부당해……"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혼란스런 상황 앞에서 ‘위’는 과연 어떻게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의 길을 발견한 것인가? 늘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11층에서 만난 '인도자'가 그에게 준 카드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 책은 너와 내가 경쟁하는 삶이 아니라, 함께 배려하며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공존의 길임을 보여주는 한국형 자기계발 우화다.
주인공 ‘위’는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온 현대인의 상징이다.
‘위’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 혼자만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내가 먼저 베풀며 나누는 삶이 주는 감동도 느낄 수 있다.
(2010년 9월에)
진짜 신묘년 마지막 날이다.
신묘년의 일몰과 임진년의 일출을 보기 위해
간다, 거금도로!
자, 출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