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처련
뜨겁던 태양은 석양에 숨어들고
붉은 노을은 새끼를 길게 꼬아
뉘엇뉘엇 파성재를 휘감아 돌아나갈때
등마루 지게 업은 촌로(村老)가 힘겨웁다
태안호 유명호가 뱃고동 울어주니
삼백리 남쪽바다는 하얀 포말이 가득하고
녹동에서 불어오는 도회지 분 냄세가
살며시 내려앉더니 소슬바람에 날아간다
아이들 웃음소리 까르르 맴을 돌고
긴 날 사래밭 쟁기질에 지친 어미소,
살가운 송아지 진종일 울어보채고
거금팔경에 입추드니 억세꽃도 피었겠네
켜켜히 쌓여가는 고향 그리움에
올 겨울 뭍으로 떠나는 적대봉도
울 엄마 아부지 잠든 묏기슭도
아픈 추억이려니 한겹씩 채곡채곡 담아본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또다시 귀향행렬에 끼어들지 못했다
山紫水明(산자수명)한 탯밭 거금도는
살아오는 동안 나를 일깨워준 에너지가 되었으며
움직이게 하는 자신감이기도 하였다
그곳에는 나의 살붙이가 있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삶과 생활이 숨겨져 있다
천리 먼 길 客鄕(객향)을 탓해서 무엇하랴
머리엔 허연 서리가 내리고
세월의 흔적은 여기저기 깊게 패였는데
鄕愁(향수)를 또 탓해서 무엇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