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사에서서
한반도의 곡창지대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인다는 호남평야 김제들,
그 허허로운 벌판을 가로질러 서해바닷가로 차를 몰았다.
몇일전에 내렸던 폭설이 아직 녹지 않아서 차도 양옆엔 눈이 쌓여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에는 하얀 눈이 솜이불처럼 수북히 쌓여 있어 햇볕에 빛나고 있다.
인간들이 더렵혀 놓은 온갖 오염물질을 감쪽같이 감춰버린 이 경의로운 광경에 감탄사를 발하면서...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김제시 진봉면에 있는 망해사!
아직도 얼어 있는 도로를 조심조심 가면서 망해사에 도착하니 오전9시다.
너무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우리부부 두사람 뿐 이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하얀 눈을 밟으며 망해사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서니
가슴까지 훤히 뚫리는 드넓은 서해의 푸른 물이 나를 반긴다.
이 바다를 보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눈길을 헤치고 온 것이 아닌가!
내 고향 거금도 바닷가에 태어나서 오십 평생 동안 바다를 보며 살면서 꿈을 키워 왔었고
삶의 터젼을 바다로 삼아서 생활을 했었기에 이 바다는 나의 고향이요 꿈의 산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관광지라고 찾아와서 이 멋진 광경을 감상하고 추억의 장면들을 사진기에 담아 갔었겠지만
난 이곳에서 또 다른 감정으로 지난날 삶의 장면들을 반추해 보았다.
고향에서는 얼어붙어 있는 바다 광경을 보기가 쉽지 않는데 이곳 서해는 해안선에서 수백미터나 얼어 있어 군데군데 외 닻으로 떠 있는 고깃배들이 얼음 속에 갖혀 있고 저 멀리 신포항에 있는 선외기들도 발길이 묶여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내고향 거금도에 있는 사람들은 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선외기를 몰고 미역셋트로 다시마 솎음질하러 다닐 텐데...
삶의 험한 수례바퀴 속에서 수고하고 계신 모든분들 안녕을 빌면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한없이 바라보며 명상에 잠겼다.
이곳 서해는 우리나라 긴 역사와 함께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서해라고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동해라 부르는 이 바다를 통하여 많은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 황포 돗대를 단 범선들이 중국의 귀중한 물품들을 싣고 수평선를 건너서 이곳 강경으로 법성포로 넘나들었을 것이다.
바닷가 포구에는 무역선과 고깃배와 밀려드는 인파로 인하여 흥청거리며 장사진을 쳤을 텐데 그러나 이제는 흘러가버린 옛 시절이 되고 말았다.
이곳 망해사가 있는 곳은 새만금 간척지 안에 포함되어 있어 이 바다를 통하여 중국으로 직접 오가는 일은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곳에 바다를 구경할 날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한때 이곳이 바다였다는 사실이 쉬 납득이 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바닷바람의 찬 세례를 정면으로 받으면서 얼굴은 얼얼하고 손발이 시려온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날 망루 밑에 있는 아내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제 그만 좀 내려 오라고 성화다.
그래 가자 저 눈덮인 벌판을 지나서 민초들의 애환과 삶의 질곡이 있는 곰소 소금밭으로
한줌의 소금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소금보다 더 짠 수많은 땀이 스며 있을 삶의 현장으로...
전주에서 황 차 연
읽고있노라니 저도 꼭 한번 가보고잡네요~~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