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
월출산도 아니고
거금도 오천바다 독섬위도 아닌 아파트 지붕 위 난관에 떴다
도시의 매연으로 뿌옇게 분칠하여 수줍은 듯
빌딩사이로 그 얼굴을 내 밀었는데
무심한 사람들은 제 갈 길만 갈 뿐
아무도 봐 주지 않는다.
휘황찬란한 레온 빛에 파묻혀
은빛마저 빛을 잃고 외롭게 혼자만 있다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다 지쳐
되돌아선 발 걸음처럼 난관 위에 걸터 앉아 있던
달님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난관 너머로 주저 앉고
아파트 긴 그림자만 느려 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