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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묘소에 참배하고 와서....

by 황차연 posted Feb 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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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는 발자욱 소리가 저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늦겨울 끝자락에 남도 기행을 떠났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 왔었는데 이렇게 잠깐 멈춰서서 지난온 발자욱을 되돌아보며

지금 난 어디쯤 가고 있을까 나의 현위치를 점검해 보는 기회로 삼았다.

한가롭게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한국의 나폴리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는 경남 통영을 찾았다.

통영시는 우리들이 잘 아는대로 이순신장군의 수군 통제영의 본영이 있던 곳이기에 지역명을 통영이라 했단다.

통영을 찾게 된 것은 잘 알려진 관광지를 보기 위함도 신선한 생선회를 맛보고자 함도 아니요 그곳은 내 고향 거금도처럼

푸른바다가 있기에 바다의 빛깔과 쪼름한 갯내음속에 깃들어 있는 고향의 향취를 맡아 보기 위함이요 

평소에 가장 존경했던 작가였던 박경리 선생의 문학관이 있고 묘소가 있는곳을 찾아  보기 위해서다.

미륵산위에서  내려다본 통영시는 정말 아름다운  항구도시였고 저멀리 거제도가 버티고 있고 앞엔 한산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주변에 크고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널려 있어 이곳이 군사적 천혜요새로 삼았던 이순신장군의 안목에 경탄했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저멀리 산아래 박경리 문학관이 보인다.

강원도 원주에서 수십년 사시면서 작품활동을 하시다 그곳에서 운명하셨지만 마지막 유해는 고향으로 보내달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이곳 통영으로 모시게 되었나보다. 수구초심이라 했던가!

 

 하산해서 박경리 문학관으로 직행했다.

산양면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뒷산 양지바른곳에 문학관이 건립되어 있고 문학관 뒤쪽으로 난 길을 휘돌아 얼마쯤 올라가니 고인의 산소가 있다.

  깨끗하게 잘 단장 되었지만 아직 새 무덤티를 벗지 못했기에 잔디가 완전히 어우러지지 않아 조금은 들쭉날쭉이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남편과 아들을 잃고 일가친척들마저 외면해 버리는 아픔과 고독을 오직 작품에만 메달려 일생을 바쳤던 고인의 삶을 되새여 보니 가슴이 아려온다.

 신체의 일부분을 잘리우는 치욕적인 궁형을 받고 삶의 존재 이유를 사기를 완성하는데 두었던 중국의 사마천을 생각하면서 암벽등반가가 자일을 잡은 심정으로 펜을 쥐었다는 고인의 고백앞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이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으로 홀가분하다는 마직막 독백처럼 고인은 고향마을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이제 편히 쉬고 계신 것이다.

 살아생전 한번도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토지의 작품속에 투영된 고인을 난 너무나 많이 만났기에 어머니의 묘소에 참배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난 진심으로 추모했다.

문학동우회 후배들이 고인을 찾아와서 '다시한번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서 농사짓고 싶다는 고인의 말에 그들은 돌아가면서 울었다는 말에 내 코 끝이 시큰 해 진다.

 현대인들은 채워도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으로 인하여 삶의 본질을 놓쳐버리고 허상만을 찾아 헤메이다 결국 종착점에 이르지 아니한가!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대지가 새생명을 잉태했으니 봄에 들에 나갈 때는 발걸음을 조심하라는 인디언의 격언처럼 우리는 있는 것으로 자족할 줄 아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고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가를 가르쳐준 토지의 중심사상인 생명과 한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면서 이 글을 마친다.

 

저멀리 배미산 자락에  깜박이는 가로등을 바라보며                                   전주에서 황차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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