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Ⅱ/처련
별이 노래하고 영혼이 숨쉬는 섬
반백년 가슴 깊이 묻어둔 섬
그 섬에서 유년의 동심은 똬리를 틀었다
소꿉친구들 동창회는
부뚜막의 쉰밥처럼 가을소리 가득하고
굼실거리는 옛 이야기 속에는
때묻지 않고 순수한 첫사랑이 실려왔다
잿빛 바다에 어둠이 밀려오면
흑백의 이발소 벽에는 밀레의 만종이 울었고
반 고흐나 피카소를 만났다
늙은 어머님의 주름살 같은 빛바랜 고향은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아픈 추억으로 가슴시리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도,
들길 코스모스 하늘거림 하나에도
마음 공허하여 바람이 들것같은 연약한 오십대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아
지난 세월이 아쉽고 연민이 인다
그러기에 더 허덕이고 몸부림 하는지도 모른다
인생 2막은 좀더 자연과 삶과 교감해야지..
가을의 쓸쓸함이란 내면이 깊어가는 것이라 한다죠
이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시고
모든 영혼을 사랑으로 품게 하소서
대청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