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 감풀
우리 금산 사람들은 거의가 바다를 생활의 근거지로 삼았기에 물때의 영향을 아니 받을 수 없어 물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바다와 바로 접해 있는 우두마을 출신이므로 어느 누구 못지않게 그 물때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자부한다. (초살 열물, 초야드레 한조금, 보름 일곱물, 스무사흘 한조금, 그믐 일곱물 등 등 등)
바닷물이 들고 나는 현상을 ‘조수’라고 하는데 이 바닷물의 들고 남으로 인해 바닷물의 해수면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바닷물의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때와 가장 낮아지는 때를 각각 만조와 간조라고 하며 이 둘을 합하여 ‘간만’이라고 한다. 간만은 달의 인력이 지구에 미쳐 바닷물을 세게 끌어당겨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하루에 두 번 되풀이 된다.
또 이 만조와 간조의 높이차를 간만의 차 또는 조차(潮差:고유어로 ‘무수기’라고 한다)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서해안의 간만의 차가 크고 동해안의 간만의 차는 작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편 물때는 「아침저녁으로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때.」를 말하는 것으로 이 물때를 안다는 것은 음력으로 각 날자마다 다른 간조와 만조의 시각을 정확하게 안다는 의미인데 이 밀물과 썰물을 통틀어 물때썰때라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이 물때가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해안인 우리 금산의 경우 한 사리 때의 만조가 대략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가 되는데 서해안인 인천이나 동해안인 삼척 등은 다른 시간대가 된다.
각설하고,
내가 태어나서 자란 우리 금산(쇠머리)의 경우 여덟 물때(음력 초하루와 열엿새)나 아홉 물때에 바닷물이 제일 많이 들고 나가는데 여름방학 때의 그 날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을 사람들은 전부 바닷가로 나간다.
썰물이 저 멀리까지 빠져 나간 갯바닥에는 갯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바지락을 캐는 사람, 굴을 따는 사람, 게를 잡는 사람, 고둥이나 소라를 줍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들자세⁽¹⁾로 고기를 잡는 사람, 청각이나 우뭇가사리 등 해초를 뜯는 사람, 낚시질 미끼(갯지렁이)를 파는 사람, 낙지나 문어를 잡는 사람 등등 아주 갖가지 작업이 그 한없이 널려진(어린 마음에는 한없이 넓었다) 갯바닥에서 이루어지곤 하였던 것이다.
이럴 때 우리 꼬맹이(초등학교 소학년)들도
감풀(=썰물 때에만 드러나 보이는 넓고 평평한 모래벌판)에서 다른 사람들이 잡은 갯것을 구경도 하며 밀물이 들어 올 때까지 뛰어 놀곤 하였다.
조금만 더 깊은 바다로 나가면 펄에서는 진질⁽²⁾도 많이 자라고 있어 굵고 통통한 놈으로 팔에 안을 수 있을 만큼 캐어 집으로 가져와 잘 다듬어서 며칠 동안 말리면 꼬들꼬들해 지는데 그것은 우리들의 훌륭한 간식이 되었다.
짭조름하며 달짝지근한 그 진질의 맛을 지금의 무슨 맛에 비할까?
내 어느 날, 물이 많이 나가는 물때에 맞춰 고향에 가서 온 몸을 바닷물에 적셔가며 진질을 캐어 여러분에게 조금씩 나누어 줄 터이니 그 맛을 감상하시기 바란다.
또한 우리 마을의 작은 마을(우리는 거기를 ‘진몰’이라고 부른다) 앞은 개펄로 되어 있는데 간조(썰물) 때면 바닷물이 멀리까지 밀려나가 개펄이 넓게 변한다. 이렇게 「썰물 때 멀리까지 드러나는 개펄」을 ‘먼개’라고 한단다.
⁽¹⁾들자세 : 반두와 같은 모양으로 얕은 바다에서 손으로 밀어서 고기를 잡는 그물을 이름.
⁽²⁾진질 : 진지리 또는 짐질이라고도 하는 이 해초의 학명은 ‘잘피’이다. 해초 중 유일하게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나는 그 꽃을 본 적이 없다.
조수(潮水) : ①=미세기. ②아침에 밀려들었다가 나가는 바닷물.
③달의 인력에 의하여 주기적으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바닷물.
미세기 : 밀물과 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물때썰때 : ①밀물 때와 썰물 때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②사물의 형편이나 내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오늘 몇 사람에게 연하장을 보냈다.
우리 거금도닷컴 식구들에겐 여기에서 인사드린다.
'새해는 바로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멋진 해일 것'이라고.
며칠 남지 않은 신묘년 잘 갈무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