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화 : 전국체육대회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또한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남자의 계절이요, 독서의 계절이자 스포츠의 계절이기도 하다.
이와 때 맞춰 오늘(10월 6일) 제92회 전국체육대회가 경기도 일원에서 막이 올랐다는 소식이다. 오늘부터 10월 12일까지 각 시∙도를 대표하는 일반부, 대학부, 고등부 선수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게 될 것이란다.
아래의 인용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전국체육대회는 1920년부터 시작되어 전쟁 등으로 부침을 거듭하다가 1960년대부터는 명실 공히 우리나라의 축제였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전국체육대회는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의 요람이자 밑바탕이었다. 수많은 선수들이 그 대회를 통하여 명멸해 갔다. 그러면서 발전한 그 대회는 온 국민의 축제∙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 되었었는데 언제부터인가(아마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가 성행한 이후부터이리라) 일부 관계자와 선수들인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아래 『 』은 전국체육대회의 요강을 대한체육회의 자료집에서 발췌하여 편집한 내용이다.
『전국체육대회는 대한체육회 주최로 매년 가을에 개최되는 전국 규모의 종합경기대회로 경기를 통하여 겨레의 단결심과 인내력을 기르며, 준법정신을 생활화하고 올바른 승부의 가치관을 깨우치고, 나아가 강인한 체력과 슬기로운 민족의 저력을 배양하여 세계에 국위를 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최 시기는 매년 10월 3일부터 1주일 이내로 되어 있고, 스케이트와 스키경기가 개최되는 동계대회는 1∼2월에 실시한다.
대회참가요령은 개최하기 3개월 전에 발표된 개최요강에 의하여 각 지방 지부에서 예선을 거친 우수한 선수가 개인 또는 단체로 참가할 수 있는데, 경기방법은 시∙도 대항으로 하게 된다.
대회 첫날에 거행하는 개회식에는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塹城壇)에서 성화를 채화, 성화봉송과정을 거쳐 성화대에 점화하는 의식을 가진다. 시상은 종합성적 시상, 중등부·고등부·일반부의 부별 종합성적 시상, 경기종목별 시상, 입장상, 모범선수단 시상 등이 있다.
전국체육대회는 1920년 11월 조선체육회가 배재고등보통학교 운동장에서 개최한 제1회 전 조선야구대회를 기원으로 삼고 있으며, 이 대회부터 횟수를 기산하여 왔다.』
이러한 국가적 행사인 전국체육대회가 왜 이토록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나름대로의 의견을 간단히 피력하자면 영상매체의 발전과 프로 스포츠의 성행이 그 이유가 아닌가 한다.
지구의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그리고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골프, 프로테니스 등 수준 높은 국제경기를 안방에서 편히 볼 수 있게 된 환경의 변화와 돈에 눈이 어두운 일부 선수와 지도자들의 스포츠 정신의 상실과 그것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무관심이 주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전국체육대회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지만 지난 8월 말에 대구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리는 우리 육상의 현주소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 대회를 육상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야심차게 준비하면서 ‘10-10’ (10개 종목에서 톱10 선수를 배출한다)을 목표로 하였는데 아쉽게도 한 종목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여 멍석만 깔아 주고는 그네들의 들러리에 서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고 불리는 ‘우사인 볼트’를 위한 대회라는 말에 걸맞게 그는 100m 결선에서 부정출발로 인하여 뛰어 보지도 못하고 탈락한 아픔이 있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200m와 400m 계주에서 예상대로 우승을 하여 전 지구인을 즐겁게 하여 주었으며, 의족으로 800m 결선까지 오른 남아공의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진정한 스포츠맨이었다.
이렇듯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전국체육대회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의 격차가 심한 우리 육상의 현주소를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선수 선발과 훈련, 대회개최 등은 관계자들의 몫이므로 논외로 한고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스포츠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남의 잘 하는 산수들만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잘못하는 우리의 선수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응원해 주는 등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한다.
실례로 몇 년 전 이곳 광주에서 열렸던 전국체육대회의 여러 경기장을 들러 보았는데 너무나도 관중이 없었다. 관중석이 텅 비어 썰렁한 경기장에서 어느 선수가 신명나게 자기의 기량을 펼칠 수 있겠는가?
가장 좋은 관람석은 실제 경기장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하지 못하므로 우리는 관람석에서라도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신문 한 구석에 조그맣게 나와 있는 제92회 전국체전의 개회 소식을 보고 지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의 우리나라의 초라한 성적표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전국체육대회와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씁쓰레한 마음으로 넋두리해 봤다.
제발 우리의 뜨거운 관심으로 우리의 육상이 장족(長足)의 발전을 하라는 뜻으로 말이다.
장족(長足) : ①기다랗게 생긴 다리. ②사물의 발전이나 진행이 매우 빠름.
이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은?
① 베드민턴 선수인 후하이펑이 가장 강하게 스매싱한 셔틀콕
② 크로아티아 테니스 선수인 이보카블로비치의 서브
③ 골프 황제의 최고 드라이브
④ 한국 최고의 궁사(양궁)가 쏜 화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