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810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수술을 받기 위해서 어머니는 서울로 가셨다.

이른바 대동아 전쟁이 한창 고비였던 때라
마취제도 변변히 없는 가운데 수술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런 경황에서도 어머니는 나를 예쁜 필통과 귤을 보내 주셨다.
필통은 입원 하시기 전에 손수 골라서 사신 것이지만
귤은 어렵게 어렵게 구해서 병문안 온 손님들이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귀한 것이라고 머리맡에 놓고 보시다가
끝내 잡숫지 않으시고 나에게로 보내 주신 것이다.

그 노란귤과 거의 함께 어머니는 하얀상자 속의 유골로 돌아오셨다.
물론 그 귤은 어머니도 나도 누구도 먹을 수 없는 열매였다.
그것은 먹는 열매가 아니었다.

그 둥근 과일은 사랑의 태양이었고
그리움의 달이었다.

그 향기로운 몇 알의 귤은 어머니와 함께 묻혔다.

서울로 떠나시는 마지막 날
어머니는 나보고 다리를 주물러달라고 하셨다.

열한 살이었으니까
이젠 어머니의 다리를 주무를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성장한 것이다.
정말 다리가 아프셔서 그러셨는지 혹은 어린것이라 늘 걸려 하셨는데
그만큼 자란 것을 확인하고 싶으셔서 그러셨는지
혹은 내 손을 가까이 느끼시며 마지막 작별을 하려고 하신 것인지
확실치 않지만 다리를 주물러달라고 하셨을때의 어머니는 외로워 보이셨다.

왜 그랬던가,
어머니에게 나는 숙제를 해야 한다고
핑계를 부리고는 제대로 다리를 주물러 드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셨다.
나는 어머니의 신병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이다.

나는 더러 산소에 갈 때 귤을 산다.
홍동백서의 그 색깔에는 지정되어 있지 않는 과일이지만
제상에다가 귤을 고인다.
그때마다 지천으로 흔하게 나돌아 다니는 귤을 향해서 분노한다.
어머니가 소중하게 머리맡에 놓아두고 가신 그 귤은 그렇게 흔한 것,
지폐 몇 장으로 살 수 있는 그런 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이제 어디가 그 귤을 구할 것이며
나 이제 어디에가 어머니의 다리를 주물러드릴 수 있을 까

?
  • ?
    소홍섭 2010.11.26 19:15
    이어령 교수님의 가족사 이야기인 어머니의 귤 이야기입니다.
    열한살에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귤과 관련된 추억으로 읽은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문사무국 2013.10.26 2442
87 어머니전/강제윤 1 소홍섭 2012.05.17 3318
86 동문 선,후배님들께 동문사무국 2012.05.07 2519
85 문재인의 운명 소홍섭 2012.04.06 3430
84 풀꽃/나태주 1 file 소홍섭 2012.03.24 5541
83 강한것이 옳은것을 이긴다 1 소홍섭 2012.02.29 3850
82 대기업의 수산 양식업 허용 우려.. 1 소홍섭 2012.01.26 3900
81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원규 소홍섭 2011.12.30 4093
80 송년의 밤 행사에 초대합니다 동문사무국 2011.11.16 3082
79 밥은 하늘이다. 소홍섭 2010.12.24 3630
78 9회 동창의 12번째 모임 후기 1 소홍섭 2010.11.30 4778
» 어머니를 위한 여섯가지 은유 중에서/이어령 1 소홍섭 2010.11.26 3810
76 꼬막 / 박노해 1 소홍섭 2010.11.03 4089
75 동창모임 공지(11월 27일) 1 소홍섭 2010.10.25 4084
74 동중 총 동문 선,후배님꼐 !! 동문 사무국 김종준 2010.10.10 3238
7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중둥문 사무국 2010.09.28 3615
72 가재미/ 문태준( 지난 10년 대표적인 시) 1 소홍섭 2010.09.06 4067
71 구월이 오면 /안도현 3 소홍섭 2010.08.27 3609
70 “사람사는 향기가 묻어 있는 고흥말들” 출판 1 file 소홍섭 2010.08.23 3965
69 생의 끄트머리에서/김대중(자서전 중에서) 1 소홍섭 2010.08.21 352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