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 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애틋한 마음과 시선의 강을 바라보는 기회가 많았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파 헤쳐지고
억겁의 세월 자연의 이치에 의해 만들어진 물길이 처참하게 파괴되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깝고 분노 하는 것은 강에 사는 생명에 대한 미안함에 대한 인간의 예의는 아닌지..
자연은 인간을 품에 안아 긴 세월 공존하며 생활의 터전을 내어 주었는데
인간은 오만하게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일을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파괴에 앞장서고..
강이 인류문명의 발상지라는 옛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아도
강이 그대로 흐를때 인류의 문화는 보다 다양하고 풍요로울 수 있었다.
이 시 한편에서도 강의 울림이 우리 삶을 지혜롭게 하고
마음의 위안과 평온을 주는 걸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