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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7 12:18

어머니전/강제윤

조회 수 3461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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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전>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

 

강제윤시인은 한국 땅, 사람 사는 섬 500개를 두발로 걷겠다고 섬에서 섬으로

유랑중인지 벌써 7년, 250개 섬에 발을 들여 놓았다는 떠돌이 시인이자 섬 여행가이다.

 

고향에 돌아간다는 생각이 늘 그의 맘속에 있어, 지금은 고향인 보길도에 살며 글을 쓴다.

 

그는 노트북과 메모장, 간편하게 배낭하나 짊어지고 섬에 간다.

그러고는 마냥 걷는다. 풍류 행으로 옮기는 발걸음이 아니다.

섬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고향이 있다.

난개발, 연륙교 같은 것들로 사라질 섬의 풍경,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기억하기위해 섬에 간다.

 

길에서 만난 어머니들 중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면

너무도 짠해서 아무나 불러 밥을 먹이는 어머니가 있었고,

휴가철이 돼도 소식 없는 자식이 그리워

남의 자식이 와도 마음이 설렌다는 어머니도 있었다.

 

‘쌔가 빠지도록 ’끼워 놓은 자식들은 품을 떠나고,

지아비까지 앞세우고도 고달픈 밭일,

갯일을 놓지 못하고 사는 어머니들을 숱하게 만났다.

‘어머니전’은 세상 모든 자식들의 고향이며,

고통과 설움의 세월을 이겨낸

한 말씀으로 천길 가르침을 주는

삶의 고수들인 어머니들의 서사가 소복이 담겼다.

 

이책은 많은 섬에서 만난 어머니들의 삶이 글로 쓰여져 뭉클한 감동과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있다.

 

내가 아꼈던 후배의 안타까운 삶이 섬 여행가 강제윤시인의 글로 옮겨져

신문에서 읽고 또 읽으며 책으로 엮어 나오길 내심 기대하였다.

신문과 책 내용을 읽고 약간 정리하여 옮겨 적은 글이다.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정의란 정이다.

 

거금도는 고흥의 섬이다. 녹동항에서 배가 수시로 오간다.

하지만 이 섬도 머잖아 뭍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소록도와 녹동 간에 연륙교가 생겼고 거금도는 소록도와 연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거금도는 산이 좋아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거금도 청석 지나, 비탈 밭에 백발의 할머니 한 분 작은 곡괭이로

땅을 파 시오라는 약초를 캐는 중 이다.

나그네는 시오가 어떤 약초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약초의 문외한이기도 한데에다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약초 뿌리를 캐다 말려놓고 전화하면 수집상이 찾아와 사간다.

 

 

“혼자 오셨소?”

“예.”

“혼자 오셨구만이라우. 버스 타고 오셨구만이라우.

동무랑 같이 오지 그랬소. 감나무에 감이라도 있으면 자시라 할 텐데 떨어지고 없소.”

할머니는 초면의 나그네에게 뭐라도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듯

밭 가장자리 감나무를 올려다 보면서 곡괭이질을 멈추지 않는다.

“어치케 비가 안 오고 깡깡한지.”

할머니는 건너 섬 시산도가 고향이다.

“내 안투 고향은 시산이요. 거이가 친정부락이요.

안 올 디를 와갖고 험한 시상 다 넘기고, 서른 시살 막둥이도 죽어 빌고,

팔십서이나 됐는디.”

"힘드시겠어요. 할머니.” “시월(세월) 보내고 살지 어차겄소.”

 

착하기만 하던 작은아들은 가정을 꾸려 성실하게 살았다.

그런데 느닷없는 사고를 당했다.

“막둥이는 마흔네살에 낳는디,

손주 모양 낳는디,

사람 노릇 할까 했는디 가버렸소.”

포클레인 운전을 하던 막내아들은 어느 날 점심 먹고 쉬던 중 흙이 무너져 깔려 죽었다.

혼자가 된 며느리가 손주를 키우고 있으니 그 또한 못 본 체할 수가 없다.

할머니는 생계지원비와 노령연금, 약초 판 돈을 안 쓰고 모은다.

“돈 주는 면 직원이 내가 불쌍해 죽겄다고 하요.”

딸은 셋인데 하나는 의문의 사고로 죽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시집온 뒤부터 영감은 내내 속만 썩이다 환갑에 이승을 떴다.

“쌀 갖고 다니면서 술이나 묵고. 밭곡식 갖고 다님서 술 묵고. 일찍이 잘 갔지.

오래 사는 게 큰일이오. 그게 고생이지라우.

막둥이 그것만 안 죽었어도 숨 쉬고 묵을 것 묵고 살 텐디.”

남자 잘못 만나서 고생을 타고 나서 얼릉 안죽은 다께

원망할 필요가 없지라우.

할머니는 자신의 불행이 남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이라 여긴다.

 

할머니는 딱딱하게 마른 땅을 파헤치던

곡괭이질을 잠시 멈추더니 시들어가는 방울토마토 몇 개를 따서 나그네에게 건넨다.

“이거라도 자시오.” 갈라 터지고 살점 하나 없이 앙상한 손.

그토록 신산한 삶을 살면서도 마음은 따뜻하시다.

흙 묻은 방울토마토 하나 베어 먹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나그네는 할머니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할머니는 먼데서 찾아온 나그네에게 뭐라도 먹을 것을 더 주지 못하는게

미안 하기만 하다.무엇을 더 나눠주지 못해 안타깝다.

대체 사람의 정이란 무엇인가. 정이야말로 정의가 아닐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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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홍섭 2012.06.09 15:10

    어느해 겨울,바깥에서 꽁꽁 얼어서 집에 돌아온 너의 어린손을

    그 투박한 두손으로 감싸고 부엌 아궁이불 앞으로 데려가던 엄마.

    이런, 손이 얼음장이구나! 아궁이 불 앞에서 너를 품어 안고도

    어서 따뜻해지라고 네 두손을 감싸고 비벼주고 비벼주던

    엄마에게서 맡아지던 냄새..

     

    사랑 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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