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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14:59

꼬막 / 박노해

조회 수 4089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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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벌교중학교 동창생 광석이가
꼬막 한말을 부쳐왔다.

꼬막을 삶는 일은 엄숙한 일
이 섬세한 남도의 살림 성사는
타지 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모처럼 팔을 걷고 옛 기억을 살리며
싸목싸목 참꼬막을 삶는다.

둥근 상에 수북이 삶은 꼬막을 두고
어여 모여 꼬막을 까먹는다.

이 또롱또롱하고 짭조름하고 졸깃거리는 맛
나가 한겨울에 이걸 못 묵으면 몸살헌다.

친구야 고맙다.
나는 겨울이면 니가 젤 좋아부러
감사 전화를 했더니
찬 바람 갯벌 바닷가에서
광석이 목소리가 긴 뻘 그림자다.

우리 벌교 꼬막도 예전 같지 않다야
수확량이 솔찬히 줄어 부렀어야
아니 아니 갯벌이 오염돼서만이 아니고
긍께 그머시냐 태풍 때문이 아니것냐
요 몇 년 동안 우리 여자만에 말이시
태풍이 안 오셨다는 거 아니여

큰 태풍이 읍써서 바다와 갯벌이
한번 시원히 뒤집히지 않응께 말이여
꼬막들이 영 시원찮다야

근디 자넨 좀 어쩌께 지냉가
자네가 감옥 안 가고 몸 성한께 좋긴 하네만
이놈의 시대가 말이여, 너무 오래 태풍이 읍써어
정권이 왔다니 갔다니 깔짝대는 거 말고 말여
썩은 것들 한번 깨끗이 갈아엎는 태풍이 읍써어

어이 친구 자네 죽었능가 살았능가.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에서

한편의 시를 이해하는데도 시인의 삶을 먼저 이해 해야 한다.
고향 사투리가 정제되지 않아 투박한 언어로
있는 그대로 표현되어 더 정감있게 읽혀지고 있음을 느낀다.

꼬막으로 남도의 삶을 그대로 보듬어내는 그 맛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갯내음과 귀로 들을 수 있는 갯 뻘의 질긴
생명력이 공감각화 하는..
시각과 청각, 미각의 상상력으로 엷은 미소의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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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소홍섭 2010.11.04 11:03

    박노해시인은 함평에서 태어나 고흥 동강에서 자라나고
    벌교 중학교를 졸업 하였다.



    16세때 상경하여 낮에는 노동자로 학비를 벌고
    밤에는 선린상고(야간부)를 다녔다.



    현장 노동자로 일하던 1984년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 했다.



    군사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부 가까이 발간된 이 시집은
    한국사회와 문단을 충격적 감동으로 뒤흔들게 된다.


    그때부터 얼굴없는 시인으로 불리며
    민주화 운동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1989년 분단된 한국사회에서 절대 금기였던
    사회주의를 천명한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을 결성했다.



    1991년 7년에 수배생활 끝에 체포되어
    불법고문 후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93년 옥중에서 참된시작,
    97년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출간했다.
    수십만부가 읽히면서
    그의 몸은 가둘수 있지만 사상과 시는 가둘 수 없음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98년 815특사로 7년6개월 감옥생활 끝에 석방되어 이후 민주화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 보상금은 거부하였다.



    2000년부터 스스로 사회적 발언을 금한 채
    지구시대 인간해방을 행한 새로운 사상과 실천에 착수
    생명.평화.나눔 을 기치로 한 사회운동단체 나눔 문화를 설립하였다.
    이라크 전쟁터에서의 평화활동 전개
    중동,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등의 글로벌 평화나눔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오늘도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가슴속에 잠든 선함과 용기를 일깨우면서
    21세기 인류의 대안 삶과 근원적인 변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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