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곱은 손을, 언 길을, 언 길 위를 미끄러지면서 멍들어 걸었던 그 밤을 잊지 말자.
새벽에 도착했던 눈에 덮인 빈집을, 기침 콜록이며 불 때고 있던 어머니를, 어머니의 환영을, 꿈속에서도 잠 못 이루고 기도하고 치성드리고 있는 어머니를 잊지 말자.
언 몸을 녹이기도 전에 김칫국에 밥을 말아 훌훌 넘기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리는데, 야야, 어찌됐던 몸조심하거라, 신작로까지 따라 나와서 손사래 치던 어머니를 잊지 말자.
줄로 동여맨 감발 위로 떨어지던 함박눈을 잊지 말자.
그 새벽을 잊지 말자.
初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