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반도 녹동 항에 이르면
두 팔 벌려 덥석 안아주는 적대, 용두봉
쪽빛 물 호수 같은
내 고향 금산
바람이 船首를 돌려주는 게 아니라
물굽이가 선수를 철썩이는
내 고향 가는 뱃길
그 누가 인생을 나그네라 했던가
내 고향 여기 있는데
뉘 歸巢라 했던가
사상과 깃발이 나부끼는
사연이
애환이
못 박히듯 변치 않는
금이 산다는 거금도
금빛 비단 산이라는 錦山
선수에 거세게 받쳐오는 물결도
낭만과 향수로 점벙거려주고
사랑으로 비쳐주는 곳
― ,
부셔지는 선수의 물결소리가
‘너는 무얼 했느냐’
스치는 바람소리가
사상이 있으면 나부껴보라 들린다
이상이 있으면 잔잔한 물위에 비춰보라
적대봉과 뵹두봉은
‘너는 어떻게 살았느냐’ 묻는다
나는 나그네인가
사상은 있던가
이상이 있다면 척도는 몇치몇푼이던가
사고의 결구는 어떻게 맺을 것인가
덧없는 백발만 눈을 가린다
눈은 성성한가
성성하다면 올바로 보았는가
흐트러짐은 없었느냐
다그치듯
선수를 치고 친다
말하지 않아도
말하는 것 보다 더 무서운 길
조상님들께 무엇이라 고할 것인가
어른들께 무엇으로 氣를 돋아드릴 것인가
후인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아 ~
덧없는 세월만 사뤘다 하겠는가
녹동과 소록도와 금산의 연육 교각이
노루 치는 막대처럼 섰구나
어린 나의 꿈을 비상시켜주던
등등한 적대봉과 용두봉
비봉을 하던 봉황산
어김없이
갯바람도 향그럽다
넘실거리는 파도마저 정겨운
내 고향 가는
바다는 뱃길이 아니라
錦鶴의 心路